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각] 요행만 바라는 주식투자자, 시장 떠나라

김민형 증권부 차장

11




“자동차 살 때 어떻게 사세요. 예산에 맞는 차종의 출력과 연비를 일일이 비교해보고 보증 정책이나 애프터서비스(AS) 기간도 살펴보죠. 직접 시승해 승차감이 어떤지도 확인해봅니다. 그 차를 사기로 결정하면 할인 행사는 언제 하는지, 할부이자는 어느 금융회사가 싼지도 알아보죠. 그렇게 산 차는 적어도 3년 이상 믿고 탑니다. 주식도 그렇게 투자해야 합니다.”

최근 기자가 만난 10년 차 전업 투자자의 말이다. 그는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최소 두 달 이상 ‘공부’를 한다. 투자 대상 기업의 최근 몇 년치 사업보고서·공시·기사 같은 정보를 꼼꼼히 찾아본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회사에 전화하거나 직접 찾아가 물어보기도 한다. 최근에 투자한 전남 광주 인근의 한 기업에는 네 번이나 직접 찾아갔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들인 주식은 최소 2~3년 보유한다.

자동차에 빗대 설명한 주식투자 철학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의 말이 전적으로 맞지 않는가.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살 때는 그렇게 이것저것 따져보면서 수천만 원어치의 주식을 살 때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막연한 기대감에 거액을 ‘베팅’하는 경우가 많다. 확신이 없다 보니 장기투자는커녕 하루에도 몇 번씩 주가를 확인하면서 언제 팔아야 할지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다.

최근 증시에 나타난 ‘신공항 테마주’ 현상은 이 같은 투자문화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신공항 후보지인 가덕도와 밀양으로 나뉘어 테마주들이 형성됐다. 신공항 부지가 결정되기 전까지 엄청난 거래량을 기록했고 뉴스에 따라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하지만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방침을 정하자 신공항 테마주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기업 가치와 전혀 관계없이 오른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쳤다. 인터넷 종목 토론방은 투자자들의 원성으로 가득 찼다.



신공항 테마주들이 테마로 엮인 이유는 신공항 부지 근처에 해당 기업의 땅이 있다는 것이 전부였다. 신공항 유치가 그 땅의 가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 해당 기업의 사업과 신공항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예 고려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신공항 테마주 거래는 키움증권(039490)과 미래에셋증권(037620) 창구를 통해 이뤄졌다. 두 회사의 거래수수료가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낮아 개인 고객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미 투자자’들이 잔뜩 달라붙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테마주 흐름에 잘 대응해 돈을 번 투자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반복되기 어렵다. 기업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주식 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는 아무 관계없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행운에 또다시 베팅하려 한다면 이번을 마지막으로 가정의 행복과 본인의 건강을 위해 주식 시장을 떠나라고 권하고 싶다.

kmh204@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