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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의 6·25전쟁 징비록]6·25는 '프로 전쟁꾼' 중공군과의 싸움이었다

■백선엽 저 유광종 정리, 책밭 펴냄





한국 최초의 4성 장군이자 6·25전쟁의 대표적인 야전지휘관인 백선엽(96)이 ‘백선엽의 6·25전쟁 징비록’에서 ‘전쟁’과 ‘군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원래 징비록(懲毖錄)은 400여년전 임진왜란을 끝낸 서애 유성룡이 후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쓴 책이다. 진짜 모습을 적어(懲) 후환을 경계토록 한다(毖)는 뜻이다. 백선엽의 징비록도 6·25전쟁에 대한 반면교사로 가득 찼다. 저자가 던지는 함의는 ‘우리 싸움 기질의 성찰’이다. 그리고 이를 통한 ‘전쟁철학’이다. 전쟁에서는 누가 이기고 누가 질까를 헤아리는 안목이다.

책은 우선 전쟁 이후의 현대사를 군대의 관점에서 일괄한다. 4·19와 5·16, 12·12라는 사건을 거치며 군이 크게 흔들렸다는 것이다. 군인의 책무는 국가보위로, 정치적 중립이 필요했었다고 역설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잇따른 쿠데타의 이유는 이들 군인들이 6·25전쟁을 잊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종전 이후 전쟁에 대한 언급은 기피됐고 군인의 본분과 자부심도 왜곡됐다. 저자는 이승만 정권 말기 당대 권력자인 이기붕에게로 몰려든 정치적인 군인들에게서 군대의 정치개입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의 국수적인 ‘신화’와는 달리 저자는 국군(한국군)의 전공에 대해서 다소 비판적이다. 승리를 여러 번 거두기도 했지만 압도적인 공세에 밀릴 경우 자주 도망치기 바빴다고 회고했다. 장비도 보급도 부족했던 국군은 미군의 지시에 따라야 했고 역할도 제한돼 있었다. 책은 6·25전쟁 당시 전장에 섰던 지휘관들의 리더십을 다룬다. 인천상륙작전의 주역이었으나 그 뒤 패착을 거듭한 맥아더, 중공군 초반 공세를 잠재웠으나 한국에는 늘 냉정했던 리지웨이, 전쟁에 무지해 중공군 사령관들과 항상 갈등을 빚었던 김일성 등이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중공군에 대한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6·25전쟁의 8할은 중공군과의 싸움이었다고 말한다. 북한군은 전쟁 첫해 3개월 정도만 주적이었다는 것이다. 펑더화이를 비롯한 중공군 장군들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나온다. 우리는 적을 너무 몰랐다는 한탄과 함께다. 저자가 보는 중공군은 항일전과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프로’들이었다. 책은 유광종 작가가 백선엽의 구술을 받아 적으며 다듬었다. 이번 새 책은 총 3권으로 계획된 시리즈의 1권이다. 1만6,0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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