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같은 큰 경기에서 신기록을 달성하는 장면을 보면 짜릿하다. 리우올림픽에서 우사인 볼트는 100m 3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오랫동안 인간이 10초 벽을 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1968년 짐 하인스가 9.95초를 달성하며 10초 벽을 깬 후 많은 선수들이 10초 벽을 넘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결승 참가자 8명 중 6명이 10초 벽을 깨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한계도 누군가 한 번 그 벽을 넘어서면 연속적으로 벽을 넘는 사람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것이 큰 대회의 힘이다.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한계와 벽을 넘게 만드는 대회가 있다. 바로 ‘다르파 그랜드 챌린지’와 ‘ILSVRC(이미지넷 대용량 영상 인식 대회)’이다.
DARPA(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는 미국 국방부 산하 기관으로 방위를 위한 인공지능 무기나 통신기술과 같은 선행 연구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기관이다. DARPA는 전투지역이나 위험지역에서 원격조정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 개발을 원했다. 이에 네바다주의 바위가 있는 사막지역에서 228㎞를 10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조건으로 1등에 100만달러라는 거액의 상금을 걸었다. 1차 대회에서는 15팀이 참가해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으며 가장 멀리 간 팀이 겨우 11㎞ 수준이었다. 하지만 관련 분야에 미친 자극과 동기부여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 이듬해 열린 2차 대회에는 195팀이 참가해 5팀이 완주했고 우승자에게는 200만달러의 상금이 지급됐다. 3차 대회는 2007년에 ‘얼반 챌린지(Urban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열렸으며 도심지역에서 모든 교통 신호체계를 준수하고 다른 차량이나 장애물을 피해가야 하는 등 훨씬 높은 수준의 처리 능력을 평가했으며 역시 우승자에게 200만달러의 상금을 줬다.
DARPA가 개최한 그랜드 챌린지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술 연구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현재는 기존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업체, 구글과 같은 정보기술(IT) 업체들까지 자율주행차 개발에 명운을 걸고 있다.
이미지넷은 컴퓨터 비전이나 영상 관련 딥러닝 연구자들이 벤치마크로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영상 데이터베이스이며, 인터넷에서 모은 약 1,500만장의 영상이 확보돼 있고 연구 편의를 위해 각 영상에는 상응하는 식별데이타(label)가 매겨져 있다. ILSVRC는 이미지넷 영상을 기반으로 영상 인식 성능의 우열을 가리는 대회이며, 2010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2012년 ILSVRC는 토론토대가 우승을 차지한다. 이들은 딥러닝 기술을 사용해 인식성능을 크게 개선했고 개발된 소스 코드를 공개한다. 2014년에는 구글이 우승했는데 이미 사람의 인식 수준에 육박하게 된다. 2015년은 사람의 인식 수준을 뛰어넘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우승을 한다. 토론토대의 놀라운 성공과 소스코드 공개는 많은 팀들을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것이 전통이 되게 만들었다. 소스코드의 공개로 인해 연구가 더욱 활성화돼 거의 매년 두 배씩 성능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8월 초 2차 국가기술전략회의를 통해 인공지능·자율주행차 등 총 9개 과제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로 발표하고 정부가 1조6,000억원, 민간이 6,15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런 때 그랜드 챌린지와 같은 큰 대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로봇경연대회나 기타 관련 대회는 아쉽게도 그 규모가 작다. 상금 규모도 파격적으로 키우고 좀 더 파급력과 효과가 큰 대회를 마련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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