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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세이] '신비한 동물사전' 해리포터 이제는 넣어둬 넣어둬

고등학생 시절 처음 접한 해리포터 시리즈는 청소년기를 뒤흔들 만큼 충격 그 자체였다.

함께 영화를 본 친구들은 한국 마법학교에 입학하겠다며 더 이상 주입식 공부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가 선생님께 엉덩이를 걷어채이기도 했다.

점심시간이면 학교 뒷산에서 꺾어온 나뭇가지를 사포로 문질러 지팡이를 다듬었고, 손재주가 좋은 친구들은 니스칠까지 해 영화소품 못지않은 지팡이를 허리에 차고 다니기도 했다. 학교와 집만 오가던 아이들에게 해리포터의 마법세계관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편이 개봉한지도 5년이 흘렀다. 아이들은 어른이 됐고, 더 이상 마법세계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비한 동물사전’에 눈길이 가는건 추억 때문일까 아니면 아이를 넘어선 어른들의 마법세계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 때문일까.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기억하는 어른들을 위한 선물같은 작품이다. 해리포터 없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앙꼬 없는 찐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뒤통수가 뻐근해질 만큼 작품은 놀라운 마법세계를 새롭게 구현해냈다. 어른들을 위한 새로운 마법세계가, 그 끊을 수 없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중독성이 다시 가슴을 파고든다.

배경은 1926년 뉴욕. 거침없는 성장과 뒷골목의 을씨년스러움이 공존하던 시대다. 영국에서 머글이라 부르던 비(非) 마법사의 명칭도 미국에서는 ‘노마지’로 다르고, 마법기관의 체계 역시 기존 해리포터 시리즈와 차별화를 둔다. 주인공들은 볼드모트와 같은 절대악 적과 맞서는 대신 이번에는 사람이 만든 계략과 맞서 싸운다.



덕분에 작품은 비현실적 배경에 현실적인 문제들을 이입시켜 관객을 몰입시킨다.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는 훗날 호그와트에서 해리포터가 교과서로 사용하는 ‘신비한 동물사전’의 저자다. 그는 책을 완성하기 위해 세계일주를 하던 중 신비한 동물 소유가 법적으로 금지된 뉴욕에서 실수로 몇 마리의 동물을 가방에서 탈출시키고 만다.

이를 알게 된 미합중국마법의회 전직 오러 ‘티나 골드스틴’은 ‘뉴트 스캐맨더’를 체포해 자신의 직위를 되찾으려 하지만 마법안보국장 ‘퍼시발 그레이브스’가 이들을 의심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진다. 결국 뉴트 스캐맨더와 티나 골드스틴, 그녀의 동생 퀴니 골드스틴, 우연히 엮인 노마지 제이콥 코왈스키까지 네 남녀는 도망친 동물들을 찾아 나서는 동시에 뉴욕을 뒤흔든 베일에 싸인 생명체에 점차 접근한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연 ‘신비한 동물’들이다.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를 기상천외한 동물 하나하나에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진다. 반짝이는 것만 보면 주머니에 집어넣고 보는 오리주둥이 ‘니플러’를 비롯해 세상에서 가장 큰 ‘에럼펀트’와 가장 작은 ‘보우트러클’, 날개를 펄럭이면 천둥이 치는 ‘천둥새’, 은으로 싸인 알에서 태어나는 ‘오캐미’ 등 감탄을 자아낸다.



신비한 동물들과 현실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네 남녀의 모험은 문득 호그와트 삼총사의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어른들의 모험은 보다 확장된 세계관 안에서 탐욕과 계략에 맞서며 이전보다 더욱 현실적인 위험을 초래하고, 이를 해결하는 재미도 뛰어나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팥 앙금이 든 찐빵이라면 ‘신비한 동물사전’은 야채앙금이 든 찐빵인 셈이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단순한 추억 되새김질이 아닌 새로운 세계관의 시발점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그리워하는 어른들에게도, 이를 전혀 모르는 아이들에게도 작품은 눈부신 볼거리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잔상을 남기리라 확신한다.

극장을 나서며 아마도 다음편이 개봉될 2년이 빨리 흘러가기를 잠시나마 바라지 않을까. 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고 극장을 나서던 그때 마음처럼.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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