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기존 주주들에 주식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오는 21일 총 80억유로(약 9조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도이체방크가 자본확충에 나서는 것은 4년 만이다.
아울러 도이체자산운용을 상장하고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등 사업 재정비를 통해 2년 동안 20억유로 상당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은행 측은 이날 밝혔다. 지난 2015년 10월 분할한 기업금융과 거래자문 부문을 다시 합치고 소매금융 자회사인 포스트방크 매각계획도 철회하기로 했다.
존 크라이언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이런 방안이 도이체방크를 더 강하게 하며 지속적인 성장가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위기는 모기지담보증권(MBS) 불완전판매 혐의로 지난해 미 법무부가 72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촉발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014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여파로 2015년부터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천문학적 벌금까지 마련해야 할 처지가 되면서 재무건전성이 취약해진 것이다.
독자적인 자구책을 모색해오던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이탈리아의 경쟁은행인 우니크레디트가 130억달러 증자에 성공한 데 자극받아 이러한 회생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본격화로 경영여건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80% 이상 회복된 것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도이체방크 주가는 지난해 9월 30년 만의 최저치인 주당 10.55달러까지 추락했지만 5일 주당 19.14유로까지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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