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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원전해체 비즈니스





지난 2003년 3월 영국 북서쪽 컴브리아주에 있는 한 발전소가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콜더홀(Calder Hall)’의 해체가 시작된 것이다. 1956년 10월17일 가동에 들어간 지 47년 만이다. 영국 핵연료 업체인 BNFL은 콜더홀 해체에 6억파운드(당시 환율로 약 1조2,0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전 해체에 이처럼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 것은 작업이 고난도인데다 오랜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원전 해체는 사용 후 핵연료 냉각과 방사능 오염 물질 제거, 부지 복원 등에 30~40년이 소요된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각광받던 원자력발전에 제동이 걸린 것은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2011년 일본 동일본 대지진 때문이다. 이후 각국은 수명이 다한 원자로를 해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1956년 이후 현재까지 세계에 지어진 원전은 611개다. 이 가운데 162개가 폐로를 끝냈거나 운영을 중단했고 449곳이 가동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2015~2019년 76곳, 2020년대에 183곳, 2030년대에 127곳의 원전이 한계수명을 다하게 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50년 원전 폐로 시장이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원전 해체 시장이 커지자 선진국들은 앞다퉈 폐로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에너지솔루션·PCI에너지서비스 등의 해체 전문 기업들이 맹활약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웨스팅하우스 등 10여개 기업이 성업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도 후쿠시마 지역을 폐로 산업 거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가 19일부터 영구정지돼 폐로 절차에 들어갔다. 이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수명을 다한 원전이 12기로 늘어나는 등 국내에서도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과 GS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 등 국내 산업계도 관련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모쪼록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블루오션인 원전 해체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하기를 기대해본다.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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