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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축하 난 모두 돌려 보내고 배웅까지…소탈한 '최종구의 하루'

후보 지명 날 자택 가보니

최종구 "생각이 많다"

'조용한 개혁' 나설듯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첫 출근을 하던 도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청와대가 두 달에 가까운 장고 끝에 ‘덕장(德 將)’ 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을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금융위원장은 강력한 규제와 감독 권한을 쥐고 국내 금융 정책을 펴는 자리다. 지난해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에서 보듯 금융위원장의 소신과 정책적 결정에 따라 글로벌 기업의 명운이 결정되기도 한다. 말 그대로 금융과 산업의 ‘저승사자’, 아니 ‘염라대왕’이다. 정권마다 금융위원장이 지명되면 금융사와 기업들이 앞다퉈 축하 화환을 보내며 눈도장을 찍는 이유다.

하지만 최 후보자가 지명된 지난 3일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그의 집 앞은 ‘휑하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 탓도 있겠지만 업계의 염라대왕이 될 인사의 집치고는 조용했다. 침묵은 오후8시께가 되자 한 배달기사가 보랏빛 축하 난을 배달하면서 깨졌다. 현관의 벨을 누르자 1층으로 사람이 내려왔다. 이후 배달기사는 다시 난을 들고 돌아 나왔다. 배달기사는 “사모님께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성의만 받겠다고 해서 돌아 나왔다”고 밝혔다. 발걸음을 돌린 배달기사는 기자에게 “근데 누구의 집이냐”고 되물었다. 장관 후보자의 집이라고 하니 “근데 화환도 안 받느냐”며 가던 길을 갔다.

최 후보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국제금융 전문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국제금융국장이던 최 후보자는 미국과 중국·일본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일촉즉발의 국내 금융 시장을 안정으로 이끌었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SGI서울보증과 수출입은행 등을 거치며 금융 정책과 감독, 구조조정 분야의 전문성도 쌓았다.

화려한 경력과 달리 최 후보자는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최 후보자는 2014년 12월 금감원을 떠나 2016년 1월 서울보증 사장이 되기 전까지 공백기에 배낭을 메고 영어학원을 다니며 학업에 매진하기도 했다.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서울보증 사장으로 재직할 때도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날이 많았다. 최 후보자는 후배들에게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나 선정될 만큼 신망도 높다.



오후10시50분께 집으로 퇴근한 최 후보자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한 뒤 “개인적으로 여러 생각이 있지만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다”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어 “말씀 못 드린 것은 (청문회가 끝난 후) 꼭 기회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소탈하고 신중한 성격대로 최 후보자는 서민금융을 확대하는 한편 조선업 구조조정, 금융 신산업 대응 등에서는 ‘조용한 개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최 후보자는 이날부터 예금보험공사에 사무실을 두고 업무보고를 받고 본격적인 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위장전입 사실이 없고 본인과 아들이 육군 만기 전역자라 큰 문제 없이 청문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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