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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내 1호 북뮤지션 제갈인철, "독서는 인생을 개척하는 지름길이죠"

"학생들에게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것 재미있게 전하고파"

대기업 무역상사맨에서 북뮤지션이라는 직업 만들어

1년에 300회 이상 북콘서트 기획하고 전국 누벼

북뮤지션 제갈인철씨가 자신이 작곡한 노래의 악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책을 읽고 떠오르는 영감에 선율을 보태 노래로 만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유는 책을 읽고 인생의 길을 찾아서입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더군요.”

멀쩡한 대기업 해외사업부를 다니다 북뮤지션이 되겠다고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는 그마저도 관두겠다고 작정하고 나섰다. 우리나라에 없던 직업 북뮤지션을 만들어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제갈인철(사진)의 이야기다.

1년에 300회 이상의 공연을 하는 그는 음악 전공자가 아니다. 대학에서 국제무역학을 공부하고 해외 바이어를 만나는 일을 업으로 사는 샐러리맨이었다. 그가 책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계기는 스무 살 대학 입학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시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누나는 책을 많이 읽었어요. 형과 저를 위해서 대학입학도 포기한 채 일찍 시집간 누나였는데요. 저는 대학 입학이 결정 난 후 다소 한가해져서 누나는 무슨 책을 그렇게 읽는 것일까, 그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등 누나의 책 읽기가 궁금해졌어요.” 그렇게 누나의 빈 방에 들어가 집어든 책 한 권. 그의 인생을 바꿨다.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이었다. 책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는 그는 “활자가 솜사탕처럼 녹아 내 심장으로 빨려드는 것 같았다. 내친김에 최인호의 작품을 모두 읽다”면서 “최인호로 시작한 작가 탐독은 박범신, 한수산 등 당대를 대표하던 우리나라 작가들로 이어졌다”면서 독서에 빠져든 스무 살 청년시절의 눈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문학으로 시작한 그의 독서편력이 사회과학, 철학 등 인문학으로 확장한 계기가 된 책이 한 권 더 있다. 장석주의 ‘한 완전주의자의 책읽기(청하 펴냄)’ 그는 저자가 언급한 책을 모조리 다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제갈씨는 “소설은 재미와 흥미 그리고 서사구조를 따라가는 이야기의 힘이 있다면, 사회과학, 철학 등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교양이 담겨있다”면서 “좋은 산은 원래 험한 법. 지적 욕구가 샘솟으면서 정복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한 독서가 도전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2,000여권의 책을 읽는 사이 자신도 모를 정도로 지적인 수준은 남다른 경지에 이르렀다. 그가 대기업 신입사원 연수과정에서 높은 성적을 받고 해외영업부로 발령이 난 데에도 그의 예사롭지 않은 사고력과 판단력이 한 몫했다. 제갈씨는 “대학교 성적이 변변치 못했는데도 연수과정에서 말을 압축해서 정리를 잘 한다고 분임 과제 발표는 도맡다시피했다. 당시 임원 중 저를 눈여겨보는 사람이 있기도 했다”면서 “돌이켜보면 무역은 물론 일이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는 과정인데 독서가 이해와 배려 그리고 통찰력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제갈씨는 책을 읽으면서 ‘도저히 쓰지 않고는 안되겠다’ 싶을 정도가 됐을 때 포털사이트에 블로그가 생겨났다. 1990년대부터 시작한 포털사이트 글쓰기로 그는 파워블로거가 됐고, 대학교 입학선물로 받은 통기타로 섭렵한 화성악을 바탕으로 가사가 떠오를 때마다 곡을 쓰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만든 곡이 150여곡. 정규과정으로 작사작곡을 배우지도 않은 그는 직접 만든 노래로 문학카페에 초청을 받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이었다. 그렇게 그의 이름은 조금씩 알려지면서 아예 책을 주제로 한 공연을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서관, 서점, 지자체 등 부르는 곳은 마다 않고 달려갔다. 주중에는 직장인, 주말에는 뮤지션 이중생활이었다. 주말에 쉬지 않고 공연을 다니는 그는 “힘들어도 학생들과 만나고 싶다. 무조건 독서를 강요해서는 아이들에게 책읽기의 재미를 알려주기가 어렵다”면서 “그러나 좋은 대학 입학, 그리고 취업 등 잇따르는 경쟁체제 속에서 자신만의 오아시스를 찾고 그 속에서 나만의 출구를 발견하는 방법을 책에 찾아낼 수 있다. 그 매력을 알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책읽기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바쁜 학생들에게 독서란 또다른 스펙아니겠냐는 질문에 그는 “과거에 좋은 직업이 미래에도 좋으리란 것은 보장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미래세대가 제 3의 답을 개척해나가야 한다”면서 “힘들다고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직업을 찾으려면 더 많은 책을 읽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을 얻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갈 용기와 확신만 있다면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회를 바라보는 가치관을 뚜렷하게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독서”라고 강조했다.

더 많은 북 뮤지션이 등장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그의 뒤를 이을 후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제갈씨는 “책과 음악 두가지를 모두 섭렵하기가 쉽지 않아서인지 모두 진입장벽이 높다고 말한다”면서 “사람들과 만나 책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책을 이야기하고 책을 노래하는 우리나라 1호 북뮤지션 제갈인철씨가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프로그램 연사로 나섰다.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직장인을 위한 인문학 강연 프로젝트로 올해로 2회째다.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프로그램은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독서경영우수기업과 여가친화기업으로 선정된 기업 중 올해는 24개 곳을 찾아가 문학·역사·신화·고전, 여행과 힐링, 경제·경영 등을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강의를 풀어낸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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