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법을 이용해 우리 철강재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우려에도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 전망은 더 개선되고 있다. 몇 년간 과다 생산한 철강을 저가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수출했던 중국이 구조조정을 지속하며 국제 철강제품 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수출이 막히더라도 충분히 실적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예측이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국내 1위 철강사 포스코의 4·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1% 뛴 1조1,987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은 4조6,65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4% 증가한다는 관측이다. 현대제철도 연간 영업이익이 1조4,907억원으로 16% 넘게 개선된다는 평가다.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이 포함된 업종(금속·광물)의 올해 영업이익은 7조8,805억원으로 전년 대비 39.9% 늘어날 전망이다.
철강업체들은 지난 3·4분기까지만 해도 미국이 관세 폭탄을 내놓을 전망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 실제로 대미 통상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우리 철강이 자국의 안보를 침해하는지 알아보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서 중국, 베트남과 함께 전면관세그룹(그룹2)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이 지난 수년 간 중국 철강재에 수백%의 관세를 매겨 사실상 수입을 차단한 조치를 한국에도 적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었다.
하지만 중국이 공급과잉을 구조조정하면서 이 같은 우려를 잦아들게 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조강 생산능력을 5,000만톤을 감축할 예정인데 지난 5월 기준 4,239톤을 줄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앙국유기업도 철강 생산능력 595만톤을 감축해 연 목표(500만톤)을 초과 달성했다. 지난해 국무원이 철강 구조조정 5년 목표를 제시한 후 올해 상반기까지 약 1억2,000만톤의 설비 감축이 이루어졌다. 또 중국의 인프라 사업 확대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살아나는 상황이다.
무역확장법에 따라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받아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 철강생산량(조강 기준) 가운데 미국 수출량이 전체의 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철강재의 81%가 관세를 부과받아 추가 부담도 시장의 예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설사 미국이 초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한국업체들의 미국향 수출이 전면적으로 중단되더라도 영향은 일부 강종에만 크게 미치고 대부분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장기적 수급을 결정하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또한 줄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철강업황은 중장적인 개선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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