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민호(가명)씨는 축구화를 사기 위해 동네 사람만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접속했다. 김씨는 판매자 프로필을 보고 옆 빌라에 사는 이웃임을 확인한 뒤 집 근처에서 만나 축구화를 직거래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판매자가 참석하는 조기 축구팀에 가입하기도 했다. 김씨는 “판매자가 이웃 주민이라 사기 걱정도 없고 믿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10일 전자상거래 업계에 따르면 지역공동체 주민끼리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직거래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사기가 급증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거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고나라 등 기존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는 익명으로 거래되다 보니 사기 위험이 높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5만6,667건이던 인터넷 사기 건수는 2015년 8만1,849건, 2016년 10만369건으로 3년 새 2배가량 폭증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사기도 조직적으로 이뤄져 피해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8월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처럼 중국에 본거지를 둔 일당이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로 수억원을 갈취했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인터넷 거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신원 보증이 확실하고 직거래가 가능한 지역공동체 내 중고장터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서비스를 시작한 지역 기반의 C2C(개인 대 개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은 월평균 이용자가 15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인 김진영(35)씨는 “직거래할 수 있는 범위를 6~10㎞로 정해두고 동네 사람끼리 거래하니 더 신뢰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맘카페 등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통한 직거래도 활발하다. 주부 남상미(44)씨는 “아이를 키우는데 동네 사람들과 직거래하면 믿을 수 있고 무엇보다 가까운 데 살면서 잘 알지 못했던 이웃 엄마들과 서로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간적·물리적으로 가까운 동네나 커뮤니티에서 사람들 간의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낮은 신뢰 수준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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