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케이옥션(대표 이상규)과 서울옥션(대표 이옥경)이 총 260억 원 규모의 올해 마지막 경매를 오는 12일과 13일 연달아 진행한다. 12일 강남구 신사동 사옥에서 경매를 여는 케이옥션은 총 233점 약 150억원 어치를 출품하고, 서울옥션은 다음날 강남구 호림아트센터 내 경매장에서 총 166점 낮은 추정가로 약 110억원 상당의 작품을 경매에 올린다. 세계미술시장이 연이은 최고가 기록 경신으로 호조세를 보이며 ‘안전자산’인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소비심리가 위축된 국내시장에도 그 낙수효과가 미칠지 기대를 모은다.
◇안중근부터 천경자까지…스타 총출동=이번 경매에 나온 작품들은 지난 4월 65억 5,000만원에 국내 미술경매 최고가를 경신한 김환기의 기록을 깰만한 초고가 미술품은 없지만 국내 주요작가를 고르게 엄선한 점이 눈에 띈다. 서울옥션은 천경자 화백의 1987년작 ‘태국의 무희들’(이하 추정가 6억~9억원)을 비롯해 시기별 작품 6점을 내놓았다.
케이옥션이 선보인 1988년작 ‘아이누 여인’(4억8,000만~7억원)과 더불어 이국적 정취가 두드러진다. 한동안 주춤했던 ‘한국 현대미술의 블루칩’ 이우환의 작품들이 최근 홍콩경매에서 모두 낙찰되는 등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옥션은 1987년작 ‘바람과 함께’(12억~15억원) 등 6점, 케이옥션은 같은 시기의 크기가 좀 더 작은 ‘바람과 함께’(2억2,000만~4억5,000만원) 등 5점을 출품한다. 이우환의 1970년대작 ‘점’과 ‘선’ 연작이 위작파문에 휩쓸린 이후 사태가 진정되면서 ‘바람’ 연작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한국 현대조각의 선구자로 평가받으며 인물상으로 유명한 권진규의 1971년 테라코타 ‘불상’(2억~3억원)은 희귀작이라 눈길을 끈다.
고미술로는 케이옥션이 내놓은 안중근의 유묵 ‘세심대’(1억8,000만~4억원)가 주목할 만하다. 사형당하기 전 뤼순감옥에서 쓴 글씨로 약지를 자른 왼손 장인(掌印)이 선명하다. 조형미가 뛰어난 추사 김정희의 말년기 글씨로 알려진 ‘김복규 정려비’(시작가 5억원)는 효행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옥션은 보물 제948-2호로 지정된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3’(1억5,000만~4억원)등을 경매에 올린다.
◇환금성 좋은 해외 명품…줄줄이=국제적으로 환금성이 좋은 해외 거장의 작품도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미술관에서나 볼 법한 ‘모빌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의 1962년작 조각이 시작가 28억원에 케이옥션 경매에 나왔다. 칼더의 작품 중 움직이는 ‘모빌’과 안정적인 ‘스태빌’을 결합시킨 ‘스탠딩 모빌’ 형태로 폭 159㎝, 높이 75㎝이다. 매끈한 곡면 유리가 빨려들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아니쉬 카푸어의 ‘무제’(8억~12억원)도 수작이다. 인도 태생의 영국 조각가인 카푸어는 동서양의 철학을 미학적으로 구현하며 가장 영향력 있는 생존 조각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서울옥션은 마르크 샤갈의 1966년작 ‘러시아 마을’(7억~10억원)을 비롯해 쿠사마 야요이, 앤디 워홀, 리차드 세라, 프랭크 스텔라 등의 작품을 다양하게 출품한다. 양사 모두 출품작을 경매 직전까지 사전전시를 통해 실물로 선보이고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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