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후 영·EU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진전이 없을 경우에 대비해 ‘캐나다 모델’로 불렸던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를 대안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CETA를 뼈대로 한 FTA안을 내년 봄 또는 초여름까지 영국 측에 제안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ETA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치러졌던 지난해 6월부터 일찌감치 양측의 무역 협정 대안으로 꼽혀왔다. 양측이 CETA를 맺을 경우 EU 회원국과 일일이 무역협상을 맺을 필요가 없으며 영국이 국경을 개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동안 논란이 됐던 이민자 문제도 모두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협약은 그동안 EU가 맺고 있던 EU 외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포함하지 않으며 또 미국과 EU가 추진하고 있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에도 참여할 수 없다. 더구나 CETA는 서비스 교역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영국 경제의 80%가량은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 측이 원하는 영-EU FTA 수준에 크게 부족한 모델이기도 하다.
EU가 CETA를 대안으로 준비하는 이유는 영국 측이 미래 관계와 관련해 뒤죽박죽인 상태에 빠져 의미 있는 협상 진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EU 집행위와 독일, 프랑스 등의 우려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EU 회원국들은 영국 측이 자신들이 원하는 FTA의 골격을 먼저 제안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영국 측이 EU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은 최대한 유지하는 반면 사람·노동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통상협정을 제안한다면 EU 측이 FTA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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