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 등 보건의료노동자 대부분이 시간 외 근무를 하고도 보상받지 못하고 근무 중 주어진 휴게시간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사들은 10명 중 7명이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했으며, 10명 중 3명은 기본적인 식사 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54개 병원에 근무하는 보건의료산업 노동자 1만1,662명을 대상으로 ‘갑질’ 실태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도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하는 ‘공짜노동’에 노출된 의료 노동자가 59.7%에 달했다. 또 업무 관련 교육이나 워크숍이 있으면 휴가 중이어도 참석해야 하는 등의 상황이 만연했다. 간호사의 70.6%는 시간외수당을 받지 못했다.
병원의 각종 회의나 워크숍, 교육 등 시간 외 근무를 하고도 수당 신청 자체를 금지당했다는 응답도 전체 보건의료노동자의 26.3%에 달했다. 간호사는 28%가 수당 신청을 금지당했다. 휴가 사용권도 보장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를 강제로 배정 당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9.3%로 집계됐다. 간호사 중에서는 48.2%가 강제로 휴가를 배정 당했고, 원하지 않는 휴일근무나 특근을 강요받았다는 응답도 37.3%에 달했다.
식사시간이나 근로기준법에 적시된 근무 중 휴게시간을 보장받는 경우는 찾기 힘들었다. 식사시간을 100% 보장받는 경우는 25.5%에 불과했다. 49.9%는 일부만 보장받고 있었고, 22.9%는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법적으로 휴게시간은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4시간마다 30분이 주어지지만 이를 100% 보장받는 경우 역시 15.8%에 불과했다. 43.3%는 휴게시간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간호사는 병원 내 타 직종보다 식사시간, 휴게시간 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간호사는 31.1%가 식사시간을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 중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의 경우 6.5%만이 식사시간 전부를 보장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동 간호사의 93%는 제시간에 식사를 못 하는 셈이다. 휴게시간 역시 간호사 54.4%가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해 타 직종에 견줘 쉬지 못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간호사는 83.3%로 집계됐다. 전체 병원 노동자가 응답한 74%보다 컸다. 간호사의 65.5%는 폭언, 40.2%는 태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신규직원으로 정식발령을 받은 후 교육 기간이나 수습 기간 등의 이유로 무급으로 일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3.4%, 의료기관인증평가 시기에 병원 주변 풀 뽑기나 주차관리 등 본인의 업무와 관련 없는 부당한 업무를 강요받았다는 응답도 51.5%에 달했다.
생활용품이나 의료용품은 물론 환자에 필요한 휠체어, 드레싱세트, 혈압계 등을 사비 또는 부서원들이 갹출한 부서회비로 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병원근무 시 부서회비로 구매한 물품으로는 생활용품(56.9%·복수응답), 사무용비품(45.5%), 근무화(45.3%), 의료용품(38.3%) 등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를 태움과 공짜노동, (의료기관)속임인증, 비정규직을 없애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시간외근무 줄이고 공짜노동 없애기 위해 출·퇴근 시간 기록을 의무화하는 운동 등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