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맛을 내는 유일한 조미료인 소금은 권력의 상징이었고 금보다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과거 인류사 대부분에서 소금은 오늘날의 수도, 전기처럼 국가가 독점해 판매하는 전매품이었다.
이처럼 인류가 갈망했던 소금을 비교민속학적 관점에서 다룬 특별전 ‘호모 소금 사피엔스’와 ‘소금-빛깔·맛깔·때깔’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014년 ‘청바지’ 전시에 이은 두 번째 물질문화 프로젝트다. 소금 블록과 소금 운반용 수레 등 소금과 관련한 유물 및 영상 350점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전시를 위해 국립민속박물관은 2014년부터 2년간 라오스·페루·볼리비아 등 11개국 15개 지역에서 현지 조사와 자료 수집을 진행했다.
‘호모 소금 사피엔스’는 1부 ‘자연, 소금을 허락하다’에서 인류가 소금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담았다. 천일염·자염·암염·화염 등 제조 방법에 따른 소금 분류 방식을 소개한다. 천일염을 만드는 인도 구자라트 지역의 임시가옥을 그대로 재현해 집주변에서 퍼지는 인도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현장감을 더한다.
2부 ‘소금, 일상과 함께하다’는 ‘짠’ ‘흰’ ‘불변의’ ‘귀한’이라는 키워드로 소금의 가치를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천일염부터 프랑스 게랑드, 안데스와 히말라야의 소금까지 생산방식별로 대표적인 소금을 맛볼 수 있는 시식체험 코너도 마련돼 있다. 변하지 않는 소금의 특성 때문에 폴란드 등지에서는 결혼식 때 소금을 교환하기도 했다. 해인사 등 사찰의 목조 건물에서는 지금도 소금에 물을 부어 화재를 막는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소금-빛깔·맛깔·때깔’은 소금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작가 24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빛깔’에서는 소금, 음식, 공예를 만드는 인간의 손에 주목한 영상이 펼쳐지고 ‘맛깔’에서는 김치, 젓갈, 장담그기 등 발효와 절임으로 대표되는 한국 전통 식문화와 공예의 아름다움을 설치로 보여준다. ‘때깔’에서는 소금의 속성과 닮은 다양한 장르의 공예 작품들이 펼쳐진다. 야외 전시장인 한옥 오촌댁에서는 소금을 주제로 한 상차림과 사진, 다채로운 공예품을 선보인다. 호모 소금 사피엔스는 8월 19일까지, 빛깔·맛깔·때깔은 이달 말까지.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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