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평가만 나쁜 게 아니다. 경기지표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6월 설비투자는 넉 달째 줄어들었고 산업생산은 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앞으로 나아질 기미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투자·소비심리가 모두 바닥을 기고 무역전쟁 등 대외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할 바가 못 된다. 전문가 10명 중 9명이 현 경기국면을 후퇴 또는 침체기로 보는 것이 지나친 비관은 아니다.
물론 지금의 경기 부진과 고용 쇼크를 모두 소득주도 성장 정책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산업구조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혁신생태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 한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각국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 유독 한국만 왕따를 당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분명한 것은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경기 회복도,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이 최근 각료와 참모들에게 기업과의 소통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아직도 정부가 기업을 경제운용의 주체로 대우하지 않는다고 보는 경제전문가가 절반에 이른다. 정부가 기업을 개혁 대상으로 여기고 온갖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는 투자가 늘어날 리 없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된다. 기업과 시장을 포용하는 것이야말로 경제를 살리는 최고의 방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