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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팔 비틀기식 찬조금 압박 과거와 뭐가 다른가

정치권이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15개 대기업 고위임원을 국회로 불러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요청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에 따른 농어촌·민간기업 상생발전 간담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농어촌을 지원할 찬조금을 내라는 압박이나 다름없다. 이 자리에는 황주홍 농해수위원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외에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참석했다. 정치권과 정부가 한목소리로 대기업의 찬조금 출연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가관이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자유무역으로 수혜를 보는 기업이 FTA 체결로 피해를 당한 농어촌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설치된 기금이다. 2015년 말 한중 FTA의 국회 비준이 농어민의 거센 반발에 부닥치자 여야정협의체가 10년 동안 1조원 규모의 기금 조성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껏 모금액은 500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공기업 부담이 대부분이다.

공기업과 달리 민간기업이 찬조금 출연에 미적대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르· 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냈던 총수들이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장에 섰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권이 바뀌더라도 재판정에 세우지 않겠다”는 참석의원의 발언을 듣노라면 헛웃음마저 나온다. 국회의 압박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국정감사에서는 5대그룹 임원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기금 출연을 독촉했다. 3주 전에는 경제단체 부회장을 국회로 불러모았다. 이 정도면 가히 빚 독촉 수준이다. 정치권은 협조요청이라고 하지만 불려간 기업인들이 과연 그렇게 생각할지 의문이다. 이것이 과거에 자행한 기부금 뜯어내기의 구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선례가 생기면 FTA 협정을 체결할 때마다 기업 부담이 늘지도 모른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같은 거대 경제블록 참여로 국회 비준을 앞둘 때마다 기부금 걷기가 되풀이되지 말란 법도 없다. 모금이 저조하다면 목표액을 현실에 맞춰 수정하는 게 순리다. 그러자면 농어민지원법상 ‘조성액이 부족하면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조항부터 삭제하기 바란다. 그대로 둔다면 기업 팔 비틀기 논란은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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