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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공포에 멈춰 선 기간시설] 원전·방폐장·SRF...환경단체, 에너지안보까지 뒤흔들어

밀양송전탑·방폐장도 갈등에 사회적 비용만 눈덩이

"환경 고려해야겠지만 무분별 반대땐 되레 부담 커져"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과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들이 건설이 끝난 신고리 4호기를 시운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 시설은 환경 문제로 발목이 잡힌 핵심 분야 중 하나다. 필수시설인데도 환경 문제가 부각돼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수십년간 사업이 표류하기도 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건립이 대표적이다. 35년째 표류하고 있다. 지난 1990년 안면도 사태, 1995년 굴업도 사태, 2003년 부안 사태 등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결국 2004년 12월 참여정부는 방폐물처분장 정책을 사용후핵연료(고준위)와 중·저준위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지어진 것이 경주 중·저준위방폐장이다. 하지만 방폐장 운영은 반쪽짜리다. 이곳에 처분된 방폐물 중에는 라돈침대보다 방사선량이 낮은 것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중준위 방폐물은 동굴처분시설에 단 1건도 처분된 사실이 없고 전량 저준위와 극저준위방폐물에 불과하다. 원전 연료봉 등 고준위 폐기물을 쌓을 공간마저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방안을 다시 만들고 있다. 지난 정부 때 20개월간 공론화위가 운영됐지만 환경단체나 지역주민들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고준위방폐장 건설이 지연될 공산이 크다.

환경단체들의 입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7일 중장기 에너지 정책의 비전을 담은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에 대한 워킹그룹 권고안이 발표되자 오는 2040년 재생에너지 목표가 최소 40~50%로 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고안에서 제시한 25~40%도 재생에너지가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단점 때문에 지나치게 높게 잡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이보다 더 높다. 환경운동연합은 이산화탄소 저감과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탈화석연료 목표를 더욱 강도 높게 잡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간헐성 문제 때문에 백업 설비로 화력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고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전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데도 정부에 동시 달성이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는 그 자체로는 친환경적이지만 전체 에너지 시스템에서 운영될 때는 반드시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환경단체에 휘둘리면 에너지 안보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대만이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 법안을 폐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에서 “관련 법 조항 폐지만 결정된 것이지 대만 정부의 2025년 원전 제로 목표가 수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만의 탈원전정책 폐지 결정이 한국의 탈원전정책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물론 이들의 주장처럼 국민투표 이후 대만 행정원의 콜라스 요타카 대변인이 탈원전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곧바로 ‘국민투표 불복’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이 발언은 대만의 원자력 정책상 제1·2원전의 설계수명을 연장하거나 건설 후 가동도 되기 전에 멈춘 제4원전을 재가동하는 데 5~7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쓰레기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인 고형폐기물(SRF)발전소도 각 지역에 건립될 때마다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되거나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매립지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주에 들어선 SRF발전소는 ‘쓰레기를 태운다’는 프레임에 갇혀 시운전을 끝으로 액화천연가스(LNG)만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SRF 가동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의 ‘악취’가 SRF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마저 제기했다. 나주시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용역을 수행한 결과 주변 수십개의 축사가 주요 악취원으로 지목됐다. 지역난방공사의 한 관계자는 “나주 SRF발전소는 악취배출 차단을 위한 최첨단 설비를 구축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 김해시 한림면 일대에 추진되는 SRF발전소 건립 역시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발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에너지 공기업의 한 고위관계자는 “업체 역시 환경을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과장된 주장들이 많고 반대 의견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극단의 주장이 넘치면 에너지 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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