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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황금돼지 해 출산 붐은 어디로 갔나

맹준호 성장기업부 차장





황금돼지의 해다. 기해(己亥)년의 ‘기’가 노란색을 뜻한다고 해 올해가 황금돼지의 해라고 한다. 12년 전인 지난 2007년에도 황금돼지의 해라고 했는데 이제 와 당시 정해년(丁亥)의 ‘정’은 붉은색을 뜻하므로 그때는 붉은 돼지의 해였다고들 한다.

2007년을 돌아보면 2019년과 가장 다른 것은 출산 붐이다. 2007년을 앞두고는 황금돼지띠 아기를 낳겠다는 엄마 아빠가 많았다. 임신 사실을 알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출산 예정일이 2006년 말이거나 2008년 초라고 하면 섭섭해하는 엄마 아빠도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2007년에는 아이가 많이 태어났다. 전국 출생아 수는 2002년 49만6,911명을 기록해 50만명 미만으로 떨어진 뒤 2004년 47만6,958명, 2005년 43만8,707명으로 급감했는데 2007년에는 49만6,822명으로 급증했다. 이후 2008년 46만5,892명, 2009년 44만4,849명으로 출생아 수가 다시 줄어든 것을 보면 2007년에 유독 출생아 수가 많은 것은 바로 ‘2007년은 황금돼지의 해’라는 호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역시 황금돼지의 해라는데, 그것도 진짜 황금돼지의 해라는데 왜 아기 낳겠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을까. 2007년에 비해 젊은 부부들의 살이가 빡빡해졌기 때문은 아닐까.



이론적으로 부부는 생애에 걸쳐 얻을 수 있는 소득과 일할 수 있는 시간 중 얼마만큼의 돈과 시간을 육아에 투입할지 결정한다. 그런데 집값·전셋값이 다 오르고 생활 물가가 매년 오르는 상황에서 서민이라면 육아에 투입할 돈을 줄여 생활비로 쓰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시간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육아에 시간을 투입하면 그만큼 노동을 하지 못하면서 생애소득 자체가 줄어든다. ‘육아’냐 ‘돈벌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얘기다. 그래서 삶이 빡빡해지면 많은 부부가 육아보다 밖에 나가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부부가 심사숙고해 그들이 가진 시간과 생애소득의 특정한 양을 육아에 할애하기로 결정한다고 치자. 그다음으로 결정할 것은 그 시간과 돈을 한 명에게 몰아주느냐, 여러 명을 낳은 뒤 분산하느냐다. 그런데 한국은 무한경쟁 사회다. 이런 환경에서 대다수의 부모는 아이에게 최대한의 지적 유산을 물려주려고 하고 결과적으로 한 명만 낳아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선택을 하게 된다. 교육의 ‘질’을 위해 아이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출생아 수가 1971년 102만명에서 2017년 35만7,771명으로 줄어든 근본적인 이유다.

그간 수많은 저출산대책이 나왔지만 통하지 않았다. 이제는 ‘황금돼지띠의 신화’도 소용이 없어졌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을 극복하려 한다면 근본적인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이는 의식주에 투입되는 비용을 낮추는 것과 서민의 소득을 늘리는 것, 그리고 학벌 사회를 해체해 무의미한 경쟁을 완화하는 데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 이러한 한계와 문제점에 동의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다이아몬드 돼지띠가 나온다고 해도 출생아 수는 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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