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의 공전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설계안 존중을 요구하며 주민들과 마찰을 빚어온 조남호 건축가를 대표 설계사 지위에서 교체하기로 했다. 또 서울시는 자문단의 해촉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설계 문제를 놓고 7개월 넘게 공전한 백사마을 재개발이 정상 궤도로 올라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본지 2018년 12월3일자 31면 참조
9일 SH공사에 따르면 SH는 백사마을 재개발과 관련해 설계 컨소시엄과 협의를 마쳤으며 대표 설계사를 솔토지빈에서 창조로 바꾸겠다는 의견을 받았다. 솔토지빈은 백사마을 국제공모작 당선자인 조남호 건축가가 대표로 있다. SH 관계자는 “이른 시일 안으로 공문도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SH는 대표 설계사 교체로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이 정상 궤도로 올라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 건축가의 당선작은 개발 지역의 3분의 2를 4~5층의 저층단지로 설계하고 총 세대수 2,000세대를 맞추기 위해 불암산 자락에 25층의 고층 아파트를 배치하는 내용이다. 주민들은 고층 건물이 불암산의 경관을 해치며 안전 문제와 함께 저층 건물이 밀집해 동간 간격이 너무 좁다며 고층 건물의 층고를 낮추는 대신 나머지 건물의 층고를 올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조 건축가는 저작권 존중을 요구해 양측이 평행선을 달린 채로 상황이 이어졌다.
SH 측은 “이전에도 창조가 대표 설계사를 맡고 솔토지빈이 보조 설계사로 참여한 적이 있었던 만큼 교착 상태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특히 조 건축가는 SH가 설계 계약을 해지하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대표 설계사만 바꾸는 중재안이 도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자문위원 격인 이광환 총괄계획가와 승효상 커미셔너의 해촉을 추진하고 있다. 봉양순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노원3)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백사마을 공동주택 재개발관련 검토보고’에 따르면 서울시는 향후 추진계획으로 ‘총괄계획가 해촉 추진’과 ‘사업 정상화를 위해 필요할 경우 커미셔너 해촉’을 명시했다. SH 관계자는 “이들이 자문을 넘어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SH와 서울시 모두 강경한 대응책을 꺼내 든 셈이다.
현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SH가 제출한 수정 설계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백사마을 주민대표회의 측은 통과가 되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봉 의원은 “재개발 사업이 불협화음 없이 잘 되길 바란다”라며 “다만 새로운 설계사가 선정되었음에도 사업이 공전한다면 당연히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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