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심석희 미투' 체육계 강타] 복종·폐쇄 못 고치면 '스포츠괴물' 또 나온다

미성년 선수 진로 협박에 무방비 불구

대한체육회는 "성폭력 줄었다" 자평

"성적지상주의 침묵의 카르텔 깨야"

스포츠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1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재범 전 코치 성폭행 사건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체육회가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를 성폭행으로 고소한 지 이틀 만인 10일 부랴부랴 진화용 대책을 꺼내놓았다. 체육계 비위를 전수조사하고 국가대표 선수촌에 CCTV·비상벨을 설치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불과 이틀 전 보도자료를 내고 “성폭력 건수가 줄었다”며 자화자찬한 체육회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체육회와 각종 스포츠연맹들이 고질적인 폐쇄성과 성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젊은빙상인연대와 문화연대·스포츠문화연구소·100인의여성체육인·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8개 단체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성적지상주의가 지배한 폐쇄적 구조, 처벌·감시기구 부재가 체육계 성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지목된다.

허현미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체육계 성폭력은 선수와 지도자 간의 절대적 복종이라는 권력구조 아래서 벌어져 선수 입장에서는 성폭력 피해를 은폐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정보융합학과 교수도 “스포츠가 지나치게 정치도구화하다 보니 지도자와 유관단체도 성과만 내면 괜찮다는 방향으로 운영한 것”이라며 “선수들이 성과를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린 결과지상주의가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메달주의’로 대표되는 엘리트 체육이 지도자들에게 과도한 권력을 부여한다는 설명이다.





체육계는 ‘그루밍(grooming)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적된다. 그루밍 성범죄는 친분을 활용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후 성폭행을 저지르는 것을 뜻한다. 피해자와 신뢰를 쌓는 동시에 회유와 협박을 통해 피해자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성에 대한 관념이 명확히 자리 잡지 않은 미성년자가 피해자가 되기 쉽다. 스포츠 지도자는 경기출전권 등 선수생활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만큼 유소년 선수들은 성적과 경기를 빌미로 한 협박에 취약하다. 실제로 중학생 때부터 성폭행을 일삼은 코치를 고소한 유도선수는 가해 코치로부터 “막 메달 따기 시작하지 않았느냐” “(네가 폭로하면) 우리 둘이 유도계를 뜰 수밖에 없다” 등의 협박을 들어왔다고 전했다.

선수생명을 걸고 고발해도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태를 키웠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인권센터에 5년간(2012년~2017년 8월) 174건의 폭력·성폭력 신고가 접수됐지만 징계는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신고 건수의 절반가량(87건)은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주의·경고·근신 같은 경징계에 그친 것이다. 영구제명 같은 중징계를 받더라도 수사 의뢰로 이어지지 않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상 체육계 재취업에도 지장이 없다. 오성화 체조협회 임원 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성폭력을 저지른 사람이 여전히 현업에 있는데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시도 체육회는 서로 소관이 아니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독립적인 감시기구 신설과 더불어 체육계의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남상백 한양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특정 집단 안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엘리트 스포츠 육성정책이 문제”라며 “태릉선수촌 시스템처럼 맹목적으로 가둬놓고 트레이닝하는 방식을 이어갈 게 아니라 과학적인 트레이닝 방법과 함께 리더십 함양, 인적성 프로그램으로 체육 환경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지현·최성욱기자 ohj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