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제3의 경제 돌파구"...신남방 통해 '통상 헤징' 나서야

■G2 '新브레턴우즈 전쟁'에 코피 터지는 한국

韓·아세안 교역액 내년 2,000억弗, 韓·中규모 추격

신남방 성공하면 아프리카로도 외교·경제 확장 가능

연말 아세안 정상 방한 전에 구체적 전략 제시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세안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역내 평화와 공동 발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주인 격인 아세안 회원국들을 불안에 떨게 한 손님이 둘 있었다. 절대 패권을 쥐기 위해 칼을 빼 든 미국과 중국이 남의 집 잔치에 와서도 설전을 벌이며 재를 뿌렸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세웠고 중국은 ‘일대일로’를 내걸었다. 공식적으로는 ‘참여 제안’이었지만 ‘선택 강요’와 다름없었다. 급기야 회의가 끝난 후 의장국인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는 “특정 국가나 다른 한쪽 편에 서지 않는 게 바람직하나 그와 같은 것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이런 일이 곧 닥치지 않기 바란다”고 직접 우려를 표했다.

◇아세안, 올해 회의 한국서 개최=대신 아세안은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제3의 선택을 했다. ‘2019년 특별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한다’는 카드를 뽑았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처지가 비슷한데다 무엇보다 한국이 ‘신남방정책’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 아세안은 후한 점수를 줬다. 외교 파트너로서 자신들의 위치를 격상시키겠다는 한국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신남방정책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중요한 아세안을 한국 외교 어젠다 상위로 끌어올리려는 문재인 정부의 간판 외교정책이다. 한반도와 강대국에 집중된 한국 외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외교를 다변화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출범 직후 외교정책 전반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던 시점에서도 신남방정책만은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다른 간판인 신북방정책은 북한 이슈에 가로막혀 있지만 신남방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신남방정책은 지금 상황에서 옳은 방향”이라며 “미중의 패권 싸움으로 이미 한국은 피해를 보고 있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신남방정책 등을 통해 제3의 경제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남방정책 통해 수출 헤징해야
=김 교수의 설명처럼 미중 무역갈등이 최근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신남방정책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25%, 대미 수출 비중은 12% 안팎으로 두 나라를 합쳐 37% 정도에 이른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새우 신세를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래전 ‘빨간불’이 켜진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낮아지기는커녕 최근 27%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중국 리스크를 헤징하기 위해 고성장을 거듭하는 아세안은 무조건 잡아야 하는 파트너다. 지난해 한·아세안 교역액은 1,600억달러로 추산되고 오는 2020년에는 2,000억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현재 2,400억달러 수준인 한중 교역액을 바짝 추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통상뿐 아니라 아세안과의 관계 발전은 외교·안보 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도 아세안에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에서 아세안의 한국 입장 지지는 동북아시아는 물론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 교수는 “지금 신남방정책을 하고는 있는데 뭐가 진행되는지 눈에 띄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남방정책의 핵심으로 공동번영(Prosperity)ㆍ평화(Peace)ㆍ사람(People)이라는 3P 원칙 등을 내세우고는 있으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이제는 동남아 국가들에 구체적 청사진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빨리 실행 계획을 만들지 못하면 신남방정책은 정치적 수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세안과 관계 강화, 아프리카로 확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올해 말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전에 어떠한 유형의 협력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지, 상호 협력을 통해 무엇을 얻어낼 것인지 등을 미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또 경제협력도 중요하지만 핵심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일관성과 지속성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아세안 정책은 각 정권마다, 심지어 동일한 정권 내에서도 강조했다가 방기하는 일들이 많았다”며 “협력과 평화·전략 문제를 정권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는 다자외교의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도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여기서 성공하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등지로까지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넓힐 수 있다. 아프리카는 아직은 대부분의 국가가 저개발 상태지만 최근 역내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나서는 등 발전을 위해 서로 팔짱을 끼기 시작했다. 이런 잠재력 때문에 중국과 일본은 벌써 아프리카로 더 깊숙이 들어가기 위한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동남아나 아프리카 국가들이 따라올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 그 모델을 우리 고유의 상표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다자관계에서의 국제적 리더십은 양자관계에서도 영향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