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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 의회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3·1운동과 유관순(1902~1920) 열사를 기리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회 결의에 따라 올해 3월 1일은 뉴욕주 차원에서 ‘3·1운동의 날’로 지정되게 된다.
애초 ‘유관순의 날’을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유관순 열사의 저항 정신을 되새기면서도 3·1운동 100주년이라는 보다 폭넓은 의미를 부각하는 쪽으로 조율됐다.
뉴욕주 상·하원은 15일(현지시간) 주도(州都) 올버니에서 각각 전체회의를 열어 3·1운동 100주년 기념 결의안을 채택했다.
상원 의원 63명, 하원 의원 150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일본 측 일각의 반대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일 대립보다는 전 세계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뉴욕주 의회는 결의안 선언문(Proclamation)에서 “한국은 일본 지배하에서 억압과 차별, 폭력을 받았고 언어와 문화, 삶의 방식에서도 위협을 받았다”면서 “1919년 3월 1일 식민지배에 반대한 한국인들의 운동은 올해 3월 1일로 100주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계 선교사가 설립한 이화학당에서 수업받은 유관순 열사는 3·1 운동을 주도하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다”면서 “그의 부모가 (일본) 경찰에 의해 살해당했지만, 고문 하에서도 동포들을 배반하지 않았다”고 추모했다.
그러면서 “1920년 순국한 유관순 열사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우리는 유관순 열사와 3·1 운동의 역사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안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전달될 예정이다.
앞서 미 연방의회가 2005년 ‘미주 한인의 날’(1월 13일)을 지정하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3·1 운동과 유관순 열사의 역사적 의미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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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인회를 비롯해 한인 사회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주는 캘리포니아주와 더불어 미주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주 상원에서는 토비 앤 스타비스키·존 리우 의원, 주 하원에서는 론 김, 에드워드 브라운스타인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특히 한인 1.5세인 론 김 의원이 주도했다.
론 김 의원은 “3·1운동과 유관순 열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해냈는지 전세계가 인정한 것”이라며 “유관순 열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권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뉴욕·뉴저지 한인 100여명도 3시간가량 떨어진 올바니를 찾아 현장을 참관했다.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 왔다는 남만호씨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이곳까지 왔다”면서 “미국 생활 40년 동안 한국계 커뮤니티의 위상이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사실에 뿌듯할 뿐”이라고 말했다.
뉴욕한인회는 오는 3월 1일 맨해튼 도심에서 만세운동을 재현할 계획이다.
‘국회 한미동맹 강화사절단’으로서 미국을 찾은 박영선·김경협·표창원(더불어민주당), 함진규(자유한국당), 이동섭(바른미래당) 의원도 현장을 찾았다.
박영선 의원은 “재미동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100년 전 3.1운동의 정신을 우리 모두 기억하고 전 세계가 공유하게 됐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며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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