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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한 반도체 출하량, 급격한 재고 증가에 고민 깊어지는 삼성전자

삼성전자, 업계 최고 수준의 재고량 보유한 듯

서두리즈 않겠다지만 실제는 전략 변화 가능성 높아

2년 사이 D램 시장점유율 4.6% 포인트 하락

이재용 부회장의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발언도 주목

새해 들어서도 반도체 가격 급락 지속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작업자가 라인 상태를 모니터로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작년 4·4분기에 반도체 부문의 부진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한 삼성전자(005930)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급속도로 둔화되면서 반도체 출하량이 크게 줄고, 재고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1·4분기 역시 출하량 감소가 예상된다. 수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이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는 D램의 시장점유율도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2·3위 업체와의 격차가 크지만 2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다. 삼성전자가 출하량 감소와 재고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가격은 새해 들어 하락폭이 더 커지고 있다. 이래저래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하량 급감·급격한 재고 증가에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삼성전자의 속내는=삼성전자의 작년 4·4분기 영업이익은 10조 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5조 1,500억원) 대비 28.7% 급감했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의 실적 부진이 뼈아팠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43% 감소한 7조7,000억원에 그쳤다. 반도체 부문의 실적 부진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지난달 초 잠정 실적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8조원대 영업이익은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 발표된 실적은 예상보다 더 안 좋았다.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에 따른 타격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작년 4·4분기 D램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19% 줄고, 낸드 출하량도 8%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출하량 감소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량은 업계 최고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지난달 31일 실시된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삼성전자가 출하량 감소와 재고 증가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실제 이날 증권사 연구원들의 질문도 대부분 출하량 감소와 재고 수준, 시장 점유율 확대 계획 등이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이 같은 시장의 질문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내놓았다. 한 예로 작년 4·4분기 출하량 부진으로 D램 시장점유율이 감소했으며 향후 재고 소진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삼성전자는 “외형적인 시장점유율이 아닌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 출하량 감소로 재고가 늘었는데 재고 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운영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든 “관리 가능한 수준이며, 증가한 재고는 2·4분기 수요 증가에 대비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요처에 “추가 가격 하락 없다”는 메시지=이 같은 삼성전자의 답변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선두 기업이 지난 분기에 가장 저조한 수준의 D램 출하량을 기록하고, 역사적 고점 수준의 재고를 보유 중인데 급하게 처리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면서도 “겉 다르고 속 다른 전략적인 발언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답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1·4분기부터는 재고를 밀어내면서 출하량을 늘리고 시장점유율을 다시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은 수요자들과의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시장에서는 칩 가격을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특히 스마트폰 업체 등 수요 업체들은 메모리 추가 하락을 기대하면서 구매를 미루는 실정이다. 사더라도 소량만 구매하는 등 미온적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이 올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업체들이 당분간 구매 보다는 재고 소진에 매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주요 거래선들이 반도체 구매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국면에서 삼성전자가 재고 소진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은 추가 가격 하락을 막고 수요업체들에게 더 이상 구매를 미루지 말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떨어지는 점유율=삼성전자가 재고 증가에도 불구하고 밀어내기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두고 겉과 속이 다른 발언이라고 보는 이유 중에 하나는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작년 3·4분기 삼성전자의 D램 시장점유율은 43.4%를 기록했다. 이는 2년 전인 2016년 3·4분기의 48.0%에 비해 4.6% 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은 24.3%에서 29.1%로 상승했으며, 마이크론도 20.5%에서 23.0%로 올랐다. 지난 2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23.7% 포인트에서 14.3% 포인트로 줄었다. 작년 4·4분기에는 격차가 더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차이도 크게 줄었다. 작년 4·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7조 7,700억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4조 4,301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57% 수준이다. 지난 2017년 4·4분기에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4조 4,660억원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12조 2,000억원)의 36% 수준이었으며, 작년 3·4분기에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6조 4,720억원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47% 수준이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이 같은 상황을 그대로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초격차’ 전략으로 경쟁 업체를 크게 따돌려왔는데 갈수록 격차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달 1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 부회장이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한 발언을 두고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출하량을 늘려 점유율 경쟁을 하겠다는 의미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 당시 옆에서 이 부회장의 발언을 듣던 최태원 SK 회장이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업계의 속내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는 반도체 가격 하락=이런 가운데 반도체 가격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PC용 D램(DDR4 8Gb 1Gx8 2133㎒)의 고정거래가격은 개당 6달러로 전달(7.25달러) 대비 17.24% 빠졌다. 4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최근 4개월 새 D램 하락폭은 27%에 달한다. 메모리카드 등에 쓰는 낸드(128Gb 16Gx8 MLC) 가격도 3% 하락한 개당 4.5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69% 하락한 데 이은 두 달 연속 내림세로 지난해 1월(4.54달러) 가격과 비슷하다.

메모리 가격 급락은 스마트폰 업체 등이 재고 증가,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 등으로 칩 구매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4~10일)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D램익스체인지 측은 “D램 산업이 직면한 주요 과제는 재고가 많다는 것”이라며 “확연히 약해진 수요와 불확실한 경제전망으로 칩 가격의 주도권이 공급업체에서 수요업체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특히 “비수기인 2월에도 메모리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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