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냉골 도서관’을 벗어나게 됐다. 오세정 서울대학교 총장이 노조 측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도서관 난방을 재개한 것이다. 이에 대부분 학생들은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학습권을 침해하는 파업 행위가 반복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시설관리직 노조는 “오후 2시기를 기해 서울대 도서관 난방을 재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오세정 총장이 노동조합 측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오후 4시에 있을 교섭에서 타결을 기대하며 중앙도서관 난방 업무를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조 측은 사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파업은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도서관에 온기가 돌자 학생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학교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노조 측이 학생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행정고시를 준비 중인 공과대학 김모(21)씨는 “노조 입장에서는 협상력을 끌어 올리는데 난방을 끄고 여론을 모으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도 “학생들이 등을 돌릴 방법을 쓰기 보다는 다른 쪽으로 파업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외교관 후보자 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27)씨는 “난방을 다시 해준다니 감사하다”면서도 “학생을 대상으로 (파업 행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노조가 ‘난방파업’에 들어가자 이를 두고 학내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급기야 11일 오전 서울대 총학생회가 노조 지지 입장을 밝히자 비난의 화살은 총학생회를 향하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시설 노조 점거 규탄 학생회 결정반대’라는 모임을 만들어 연서명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주소를 올려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노조가 난방을 재개하자 노조와 총학생회를 대상으로 한 비난 여론은 주춤한 분위기다.
노조는 지난 7일 낮 12시30분부터 도서관과 공대, 행정관 기계실에 진입해 난방시설을 끄고 파업에 들어갔다. 용역회사 소속에서 지난해 3월 서울대 무기계약직이 된 이들은 행정·사무직과 비교할 때 수당 등 차별이 여전하다며 주장하고 있다. 8일에는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모인 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됐다.
/서종갑·백주원기자 ga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