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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신남방정책 든든한 파트너로] NH농협은행, 농식품 유통서 농기계 대출까지...농업특화로 '금융한류' 이끈다

현지기업과 파트너십 강화...빠른속도로 영업망 넓혀

'베트남 QR결제' 서비스 출시 등 젊은층 잡기도 적극

미얀마선 저리 소액대출 성과...잔액 1년만에 3배 껑충

이대훈(맨뒷줄 가운데) NH농협은행장이 지난 1일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응웬티밍카이 초등학교에서 사랑나눔행사를 진행한 후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NH농협은행




지난달 25일 찾은 베트남 호찌민의 NH농협은행 사무소. 개소한 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터라 규모는 크지 않았다. 이곳에서 농협은행 직원들은 동남아시아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다양한 현지영업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다른 국내 은행에 비해 해외 공략이 늦었지만 본부 차원에서 동남아 거점지역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 관심도 많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지난달 31일 호찌민사무소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으며 호찌민시의회 부의장을 만나 지점 인가 협조도 요청했다. 현재 베트남에서 농협은행은 하노이에만 지점을 두고 있어 상반기 중 당국에 신청한 뒤 2년 안에 호찌민지점을 설립해 남부지역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농협은행의 동남아 진출 전략은 현지 굴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빠른 속도로 영업망을 넓히는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최대 은행인 아그리뱅크, 미얀마에서는 재계 1위 기업인 HTOO그룹과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농식품 유통이나 농기계 대출을 아우르는 농업 특화사업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손창회 농협은행 호찌민사무소장은 “베트남 근로자 중 농업 종사자가 65%에 달한다”며 “최근에는 산업화와 더불어 농업이 대형화하는 과정에서 금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한류 열풍이 거센 가운데 농업 분야에서도 농협은행이 새로운 ‘금융한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농협’의 강점을 살려 젊은 고객을 사로잡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에서 계좌 기반 직불결제 서비스가 가능한 ‘베트남 QR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베트남 QR결제는 모바일 플랫폼 ‘올원뱅크’를 통해 전국 3,000여곳의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현지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나섰다. QR결제 서비스 제휴사인 비모(VIMO) JSC는 현지에서 유일하게 해외여행객 대상 직불결제 서비스 허가를 받았고 중국 위챗페이와 협력해 QR결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말 진출한 미얀마에서는 소액대출을 중심으로 이미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대출) 현지법인인 농협파이낸스미얀마는 낮은 금리로 상환 부담을 줄여 인기를 끌고 있다. 다른 금융사들이 법정 최고금리에 맞춰 연 30%의 금리를 책정하는 것과 달리 연 24%의 금리로 농업 관련 소액대출을 내준 것이 주효했다. 또 농작물 수확주기를 고려해 대출한 뒤 6개월 동안은 이자만 갚도록 하는 원금 일시상환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농협파이낸스미얀마의 대출잔액은 2017년 말 23억원에서 지난해 말 73억원으로 세 배 넘게 뛰었다. 고객 수도 5만1,750명에 달한다.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두면서 이 행장은 최근 미얀마를 직접 찾았다. 그는 동남아 금융라인 구축을 위해 미얀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정부와의 관계도 우호적이다. 실제 농협파이낸스미얀마 설립 인가를 받을 때 현지 금융당국은 농업금융 부문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최근 진출한 금융기관 중 최단기간에 사업인가를 승인했다. 농협은행은 동남아의 높은 농업 의존도를 고려하면 후발주자로서의 단점을 극복해 다른 국내 은행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아울러 HTOO그룹과의 협업으로 농기계 할부금융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농협파이낸스미얀마는 농업 종사자나 농업 관련 기업이 한국 업체로부터 농기계를 구입할 경우 미얀마 정부의 보증을 받아 구입자금을 빌려주는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파이낸스미얀마는 소형 농기계, HTOO그룹은 대형 농기계 구입자금 대출을 맡는 방식이다. 이 같은 사업은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캄보디아도 글로벌 전략의 요충지로 떠올랐다.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농협은행이 처음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설립한 해외법인이다. 인수된 현지 소액대출 금융사 사믹(SAMIC)은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운영해왔다. 이에 따라 현지 금융사의 상당수가 수도인 프놈펜에서만 네트워크를 확보한 것과 달리 농협파이낸스캄보디아는 여러 주로 지점들이 뻗어 있다. 향후 5년 내 전체 25개 주로 지점을 확대한다는 것이 농협은행의 구상이다.

최근 국내 은행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인도네시아에서도 영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7년 NH농협금융은 자카르타에 기반을 둔 현지 1위 만디리은행과 무역금융이나 핀테크 등 8대 중점 분야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그룹 계열사인 NH투자증권도 인도네시아에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어 농협은행과의 시너지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농협금융은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을 가졌다.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은 올해를 농협금융 글로벌 사업 2기의 원년으로 선포하면서 현지 맞춤식 사업모델과 진출방식으로 조기 경쟁력 확보 및 현지화를 추진하는 글로벌 사업전략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은 △현지 금융정책 방향과의 조화 △사업의 확장성과 성장성 △본국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 진출 국가별로 현지에 적합한 성장 로드맵을 재정립할 방침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모든 자원을 집중해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사업모델에 기반한 그룹형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조기에 농협금융형 글로벌 성공사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찌민=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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