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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식탁이 옵니다] 직접 요리해야 집밥?...10명중 8명 "간편식, 시간 줄여줘 좋아"

<상> 새로운 요리 인류의 출현-설문으로 본 달라진 식탁

밥상의 절반만 '손수 만든 요리'...1인가구는 17% 그쳐

바쁘고 지친 현대인, 편리한 간편식 활용 식사준비 늘어





#전업주부인 문혜원(37)씨는 요리하는 것을 즐기고 솜씨도 좋은 편이지만 최근 저녁 식탁을 차릴 때면 간편식 한두 종류를 꼭 올리게 된다. 문씨는 “남편이 저녁을 배부르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반찬 하나만 더 늘어나도 식탁이 풍성해진다”며 “밥부터 찌개, 기본 반찬 등은 여전히 직접 하는 편이지만 재료 준비가 번거롭고 아이디어(?)가 필요한 메인 반찬으로 간편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편식을 활용하면 식사 준비 시간이 최소 20분은 줄고 가끔 남편이 빨리 퇴근하면 도와주기도 해 한결 편하다”며 “예전에는 전부 직접 만들었는데 재료 값이나 만드는 시간, 버리는 음식까지 다 따져보면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유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한국인의 식탁 대부분은 ‘엄마’ 혹은 ‘아내’가 식재료를 직접 사다 손수 조리하는 ‘집밥’으로 채워졌다. 소비자보호원 등이 진행한 당시 설문조사 등을 살펴봐도 돈을 주고 밥을 사 먹는 외식 비율이 한 달 평균 5회가 채 안 됐다. 20년이 지난 현대의 식사 풍경은 사뭇 다르다. 뜨거운 물을 붓거나 전자레인지에 3분만 돌리면 완성되는 수백 종의 가정간편식(HMR)이 전통적 의미의 집밥을 밀어내고 우리 식탁을 점령해가고 있는 것이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수도권 지역의 성인남녀 468명을 대상을 18일부터 약 일주일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6.3%가 가정간편식을 활용해 가족 식사를 차려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끼 식사 분량의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요리 설명서 등으로 구성된 ‘식사 키트(밀키트·meal kit)’ 서비스의 이용자도 전체의 절반(51.3%) 수준에 달했다.

흔히 ‘엄마의 손맛’으로 기억되는 전통적 의미의 집밥이 가정 내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이제는 그리 크지 않았다. 지난 일주일간 가정 내 식탁에 가장 많이 오른 음식을 묻자 전체 응답자의 절반(55.1%) 정도만이 ‘직접 요리한 음식’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절반의 식탁은 △가정간편식 15.6% △포장·배달요리 15% △밀키트 6% △김밥·샌드위치 등 즉석식 5.8% △단백질바·요거트 등의 식사 대용식 2.6% 등의 순으로 채워졌다.

가정 내 식탁의 풍경은 소득 수준이나 거주 지역 등으로 인한 차이보다 가족 구성에 따라 가장 많이 좌우됐다. 특히 자녀가 있는지에 따라 가정 내 상차림은 크게 달라졌다. 예컨대 1인 가구의 경우 가정간편식이 지난 일주일간 가장 자주 식탁에 오른 데 반해 자녀가 있는 가구는 직접 요리한 음식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1인 가구의 식탁에는 직접 만든 요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17.82%에 그쳤지만 유자녀 가구의 식탁에서는 73.44%를 차지한 것이다. 반대로 가정간편식과 포장·배달음식은 지난 일주일간 1인 가구의 식탁에서 각각 34.65%, 24.75%의 비중을 차지했지만 유자녀 가구의 식탁에는 5.47%, 7.03%의 비중만을 차지했다. 미혼인지 기혼인지도 식탁 구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자녀가 없는 부부 가구의 경우 직접 요리와 간편식, 포장·배달요리의 비중이 각각 50%, 22.73%, 12.12%로 나타났다. 직접 요리 비율이 1인 가구보다는 높지만 유자녀 가구보다는 적었고 간편식·배달요리 비중은 유자녀 가구에 비해 뚜렷하게 컸다.



자녀 유무는 간편식이나 밀키트 제품 등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있는 가구는 간편식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영양분이 부족하고 몸에 해로울 것 같아서(34.48%) △막연한 거부감(15.99%) 순으로 응답한 데 반해 자녀가 없는 가구는 △가격이 비싸서(13.57%) 라는 이유를 2순위로 꼽았다. 유자녀·무자녀 가구의 태도 차이는 밀키트를 대할 때 더욱 두드러지는데 유자녀 가구는 밀키트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여전히 △영양분이 부족하고 건강에 해로울 것 같아서(20.3%)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무자녀·1인 가구는 △가격이 비싸서(27.84%)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현대인들이 간편식이나 밀키트를 적극적으로 가정 내 식탁에 들여오는 가장 큰 이유는 ‘편의성’ 때문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가정에서 식사를 직접 조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힘들고 피곤해서(61.1%, 복수응답)’를, 뒤이어 요리할 시간 자체가 부족하다는 응답(33.5%)을 선택했다. 또 응답자 열 명 중 여덟 명이 간편식이나 밀키트를 활용하면 ‘조리시간이 빨라져서’ 좋다고 답했다. 일하고 공부하기에도 바쁘고 힘겨운 현대 소비자들의 욕구를 식품 업계가 제대로 읽은 셈이다.

업계는 앞으로도 간편식 및 밀키트를 가족 식사에 활용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그 결과 식사 준비 시간을 대폭 줄이는 ‘새로운 요리 인류’가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간편식의 발달은 식사 준비 시간을 크게 줄인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NPD그룹에 따르면 1940년대 미국의 집밥 준비 시간은 평균 150분에 달했지만 오늘날에는 평균 30분 이내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여성들이 과거처럼 하루 3~4시간씩 ‘집밥 노동’에 종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더 맛있고 더 간편하며 영양적으로도 우수한 간편식이 등장해 가공식품 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집밥’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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