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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은 人災" 정부에 화살...'신재생 과속' 제동 걸리나

지하작업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2~3도 규모 지진

산업부 "법원판결 따르겠다"...지열발전 영구 중단

보상절차 복잡...배상액 놓고 갈등 장기화 우려도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기자회견에서 쉐민 게 포항지진 해외조사단장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의 자극에 의해 촉발됐다”고 말하자 회견장을 찾은 포항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한 시민은 “당연한 결과”라며 조사단을 향해 절까지 했다. 포항시민들은 그동안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가 주장한 ‘지열발전소 유발 지진론’을 옹호하며 정부에 배상을 요구해왔는데 정부의 공식적인 조사 결과에서도 지열발전소와 포항지진 간 연관성이 입증되며 ‘인재’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로 수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에 이르는 정부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 지열발전은 정부 지원 연구개발 사업…작은 지진 이어졌지만 작업은 계속=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에서 지열발전의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민관이 총 473억원을 투입해 지난 2010년 ‘메가와트(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이라는 이름의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했다. 넥스지오가 사업 주관기관으로 발전소를 소유하고 포스코·이노지오테크놀로지·지질자원연구원·건설기술연구원·서울대 등이 연구에 참여했다. 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2017년 11월15일 포항지진 당시 지열발전소는 90% 완공된 상태로 상업운전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그전부터 파이프라인을 설치할 구멍을 뚫기 위해 땅에 물을 주입하고 빼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런 작업이 단층을 자극해 결국 5.4 규모의 지진을 촉발했다는 게 조사단의 판단이다. 실제로 이 작업이 이뤄진 뒤 포항에서는 규모 2~3의 지진이 잇따랐다. 2016년 12월15~22일 총 3,681㎥의 물 주입을 마친 다음날인 12월23일 포항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2.2의 지진이 일어났다. 2016년 12월26~28일 물 주입 직후인 29일, 2017년 4월6~14일 물 주입 다음날인 15일에도 여지없이 2.0~3.1 사이의 지진이 발생했다. 정부의 관리 감독 소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셈이다.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주최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 앞서 포항시민들이 원인규명 및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성형주기자




◇포항 시민들 너도나도 “배상 요구”…수천억원대 줄소송 예상=이번 조사단의 발표로 법리 다툼을 위한 학술적 논쟁이 일단락되면서 포항시민들의 집단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시민들이 결성한 단체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회원 71명은 이미 지난해 10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초 2차 소송에는 1,100여명이 추가로 참여했다. 소송 참여가 포항시민 전체로 확대되면 손해 배상액은 5조~9조원까지 이를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추정도 나온다. 이번 결과로 포항 시민들은 너나없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포항 흥해읍에 사는 고선자(59)씨도 “지열발전소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렇게 고생했겠냐”며 “정신적 피해와 물질적 피해 보상 모두를 원한다”며 “아파트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함께 소송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이날 “국책사업으로 진행된 지열발전소로 인해 지진이 일어났다고 밝혀진 만큼 그동안 시민이 입은 엄청난 손해 문제와 관련해 실질적이고 신속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보상 절차가 복잡한데다 보상 규모를 놓고 장기적인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또 지열발전소 운영사인 넥스지오는 지난해 1월 경영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다. 포항지진 피해액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551억원, 한국은행은 3,000억원 수준으로 집계기관 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산업부 “법원 판결 따른다”…지열발전 사업 영구 중단=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조사단 발표 직후 브리핑을 통해 “연구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셈이다. 정부는 이번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도 내놨다. 우선 현재 중지된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은 영구 중단시키고 해당 부지는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통해 원상복구하기로 했다. 또 이번 사안에 청구돼 있는 감사원의 국민감사 이외에도 정부가 사업진행과정과 부지선정의 적정성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정 차관은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한 정부 대책을 묻는 질문에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해 국가를 피고로 하는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강광우기자 포항=손성락·장지승기자 세종=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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