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에 따른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을 요구했던 재건축 단지들이 올해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공시가가 오르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재초환)’ 부담금을 줄일 수 있지만 대신 당장 내야 하는 보유세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하면서 재건축 부담금 보다 보유세 부담이 더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지난해 10.19% 오른 데 이어 올해 역시 14.1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워커힐아파트 1단지는 지난 14일 공개된 2019년 공시가격에 대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상향 조정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투표는 29일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장대섭 워커힐 1단지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서울 평균 보다 못 미치지만 전년과 올해를 더하면 30% 정도가 인상돼 보유세 부담을 걱정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공시가 인상 건의를 반대하는 사람도 많아 주민투표를 통해 이의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커힐아파트는 지난해 일부 주민이 정부에 민원을 넣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올렸다. 기존에는 실거래가의 55% 정도만 반영됐지만 민원으로 실거래가의 60% 수준까지 높였다. 워커힐처럼 재건축 추진위원회 설립 전인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올라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초과이익은 준공 시점의 새 아파트 가격(조합원 분양가+일반 분양가+소형 임대주택 가격)에서 추진위 승인 당시 공시가격 및 개발비용,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주변 시세 상승분) 등을 뺀 금액으로 산정된다.
이 단지의 한 주민은 “올해 공시가가 전년대비 13% 올랐는데 2년 전과 비교하면 33%나 올랐다”며 “재건축 부담금도 신경 쓰이지만 매년 물어야 할 보유세 압박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올해는 공시가 인상 요구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개포 중층 아파트(5·6·7단지)들도 올해는 분위기가 전년과 다르다. 지난해에는 공시가를 상향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주민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개포주공 5단지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6·7단지는 올해 초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획득했는데 올해 확정 공시가격이 재초환 부담금 산정에 활용된다.
한 조합원은 “올해 공시가격이 현재 시가의 60~65% 선인데 이를 70%로 올리면 재건축부담금이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공시가격 상승을 위해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보유세 부담이 커지는데 이의신청까지 하면서 공시가격을 높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포주공 6단지 추진위 관계자는 “공시가격 인상 건의를 놓고 주민들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집단 민원을 넣을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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