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산물 분쟁 승소 이후의 환호와 격려·관심은 겪어 보지 못한 생소함이었다. 그럼에도 분쟁 대응의 책임을 맡고 있는 담당 부서로서는 환호에 취해 실상을 놓칠 수 없다. 승소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의 결과가 되게 할 책임이 있다. 승소의 요인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통상분쟁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민간 변호사를 특채해 송무를 전담시킨 것, 국무총리실 휘하에 관련 부처를 망라한 대응반을 꾸려 운영한 것 등이 거론된다. 인력과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틀린 곳을 시추하면 석유를 얻을 수 없듯이 정확한 쟁점을 발굴한 소송 전략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이번 승소가 우리 정부의 통상분쟁 대응 체제의 조직력과 전문성 덕이라고 감히 말할 수 없다. 이 사건 분쟁을 담당한 통상전략실부터 내년 3월이면 해체되는 한시 기구다. 승소에 큰 몫을 해준 담당 과장과 사무관 모두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대개는 떠나왔던 특채 변호사들이다.
대다수 국가의 국제 송무 진행 방식은 미국 또는 유럽의 법률회사와 계약을 맺고 서면 작성 등 세부 소송 사무를 지시,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요 국가는 이들 법률회사를 지휘·감독하는 공무원 스스로가 경험 많은 통상법률가로서 법률회사를 수족처럼 부린다. 우리처럼 한시적으로 특채한 변호사에게 의지해서는 소송 능력을 조직적으로 축적하지 못하고 전문성 향상도 기대할 수 없다. 일반 직원이 담당해 승소한 사건이 여러 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소송 수행을 통해 전문성을 축적한 이들 일반 직원도 통상 업무가 산업부에서 외교부, 다시 산업부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뿔뿔이 흩어졌다.
이번 사건과 같은 성과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담당 조직의 상설화와 정부 내 통상변호사의 양성이 시급하다. 한시 조직에 미래를 걸고 헌신하겠다는 공무원이 있을 수 없다. 소송 건마다 유능한 변호사가 응모해주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통상법 전문성이 없는 공무원이 소송 대행 법률회사를 운용하는 것은 목적지도 모르고 택시를 타는 것과 같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통상 사무는 장기간 근무가 필수적이다. 조직의 상설화는 직무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것이다. 매년 약간 명의 초임 사무관을 외국 로스쿨에 유학하게 해서 통상법을 전공하게 한 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통상교섭본부에서 근무하게 하는 제도가 시급하다.
이번 판정으로 한일 양국 간 오랜 현안이 일단락됐다. 우리 정부는 원전 사고 후유증을 수습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국민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을 평가한다. 조만간 그 노력이 결실을 보기 바란다. 이제 다툼은 덮어두고 통상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양국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흔들리고 있는 국제 통상 질서의 회복을 위해 양국 간 건설적인 협력이 긴요하다. 양국 간의 호혜적인 통상 관계를 도모해야 하는 것도 이번 분쟁이 남긴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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