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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지형 '태풍의 눈' 된 서울대 가산점

[2022학년도 전형안 분석]

교과이수만으로 1~2점 부여

과학·수학 심화학습 불가피

'학습부담 완화' 축으로하는

개정 교육과정 취지엔 역행





단 2점. 최근 서울대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부여하겠다고 밝힌 ‘교과 이수 가산점’이 입시 지형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서울대는 현재 고1 학생이 치르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 교과과목 이수 여부에 따라 수능 성적에 1~2점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수능 가산점 방안을 공개했다. 이는 고교 3년 동안 어떤 과목을 들었느냐 여부만으로 수능 성적에 가산점을 주는 유례없는 방안으로 우리 입시에 이러한 가산점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는 연세대·고려대 등 서울 8개 주요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이과계열에 한해 수학·과학에 선택과목을 지정해 같은 해 시작되는 문·이과 통합에 따른 ‘상위권 이과교육 증발’ 우려를 상쇄하면서 이와 같은 가산점 방안을 내놓았다.

특히 이번 조치로 ‘전공 적합성에 맞는 다양하고 난도 깊은 학습’이 유도될 것으로 보여 ‘다양성’과 더불어 ‘학습부담 완화’를 양대 축으로 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는 일부 역행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정 교육과정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되 이의 결과인 심층 학습은 외면해 논란이 된 만큼 이를 되살리겠다는 대학 측의 ‘이유 있는 반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 고1의 정시 입시에 처음 적용될 수능 가산점은 크지는 않지만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데다 이수 여부만을 판단하는 구조 탓에 응시생 대다수가 2점을 확보하고 입시에 임하는 등 서울대 입학을 위한 필수 관문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수능 응시과목이 소수인 만큼 이에만 얽매이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고교에서 다양하고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도록 입시에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취지를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개정 교육과정은 필수과목을 없애고 1학년에서 일부 공통과목만을 학습한 뒤 2~3학년에서 본인이 원하는 다양한 선택과목을 듣도록 보장했으나 입시제도가 달라지지 않는 이상 일부 과목으로의 ‘쏠림현상’을 막을 수 없는 등 근원적 변화는 어려웠다. 서울대의 이번 기준안이 파급효과를 지닐 경우 세부 전공에 필요한 다양한 과목 수업이 실제로 개설되며 고교 수업현장이 한결 달라지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서울대는 수능의 경우 이들 과목의 교과 성적(성취도)이나 이수 단위(성적 반영비율) 등은 보지 않고 학교에서 해당 과목을 배웠느냐만을 기준으로 삼아 혼란을 최소화했다. 이렇게 되면 일반고에서 심화 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적어 특수목적고보다 등급 산정에 불리해질 수 있는 문제 등은 한결 줄어든다.

하지만 결국 더욱 깊이 있는 학습 수준이 요구돼 학습부담 완화를 표방하는 개정 교육과정의 다른 취지에는 필연적으로 역행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서울대가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한 교과는 수학과 사회·과학 등으로 문·이과 통합안에 따라 학습 수준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다. 서울대는 이 중 2개 교과에서 과목 이수 기준을 충족해야 가산점 1점 혹은 2점을 부여한다. 사회와 과학을 선택하는 것도 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통상 학생들이 정시인 수능과 ‘학습과정’에 초점을 두는 수시 전형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을 감안할 때 결국 수학과 과학, 수학과 사회 등 문·이과 모두에 깊이 있고 다양한 학습을 요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가산점 1점과 2점을 가르는 기준은 과목의 난도였다. 서울대는 일반선택(2학년용) 과목보다 진로선택(3학년용·특목고 전문교과 포함) 과목을 많이 학습한 경우에 높은 가산점을 부여했다. 요구되는 학습 수준은 해당연도 수능 응시기준을 넘어 개정 교육과정 이전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엿보인다.

특히 과학 교과는 진로과목 1개를 최소 요구하는 현재 수능 응시 수준으로는 가산점 1점도 확보하기 어렵다. 가산점 1점은 일반선택 2개+진로선택 2개, 2점은 ‘일반3+진로2’ 혹은 ‘일반2+진로3’을 요구한다. 일반 과목이 물리Ⅰ·화학Ⅰ·생명과학Ⅰ·지구과학Ⅰ, 진로 과목이 물리Ⅱ·화학Ⅱ·지구과학Ⅱ·생명과학Ⅱ 등임을 감안할 때 2점을 따려면 적어도 2개 과목에서 심화 학습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 교과는 ‘일반3+진로1’ ‘일반2+진로2’를 택하면 2점을 확보한다.

문과생들의 선택 여지가 많지 않은 수학 교과는 1점과 2점의 취득 조건이 모두 같게 뒀다. 수학에서 가산점을 얻으려면 ‘일반4’ 혹은 ‘일반3+진로1’을 충족하면 된다. 문과는 일반선택인 수학 Ⅰ·Ⅱ와 확률과통계를 들은 뒤 이과용 일반 과목인 미적분이나 문과용 진로선택 과목인 경제수학 등을 택하면 된다. 경제수학에도 미분 일부가 포함돼 미적분 대다수를 이과 과목으로 변경한 개정 교육과정의 설계도와는 다른 추이인 셈이다. 이과생은 수학 Ⅰ·Ⅱ와 미적분, 확률과통계 등 4개 일반 과목을 듣거나 일반선택 3개와 기하 등이 포함된 진로선택 1개를 들어야 한다.

특히 이런 구조가 주목을 받는 것은 통상 정시인 수능 체제가 수시 전형에까지 준용되며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는 입학생 약 80%를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약 20%를 정시 수능전형으로 선발하며 2022학년도부터 수능 비중을 일부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학종의 세부 기준은 공개되지 않지만 서울대에 합격하려면 전공 적합성에 부합하는 과목을 현재보다 다양하게 학습하되 이들 과목의 성적까지 우수해야 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특히 서울대 학종에는 전공 배경지식 등을 묻는 심화 면접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 진로선택 과목에는 특목고용인 전문교과도 포함돼 전공별 특성에 따라 일반고 응시생이 ‘기회의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서울대는 “학생들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려 본인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며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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