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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기에 생겨나고 빈 채 존재하는 '허유' 개인전

갤러리도스 신관서 7일까지

철학적 사유 배어난 추상화

보는 동시에 읽는 그림

허유 ‘있었다’ /사진제공=갤러리도스




화가 겸 철학자이자 저술가이며 상담사이기도 한 허유의 개인전 ‘그것의 허’가 오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스 신관 2·3층에서 열린다.

허유(虛有)라는 이름은 스스로 지은 예명이다.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나 ‘있다’. 비어있기에 오히려 변화할 수 있고 생겨날 수도 있다. 비어있음이라는 그 자체가 존재한다. 그 모든 것을 함축한 이름이다.

작가는 전시 서문을 겸해 “그것은/마치 그렇게/있는 것처럼/없었다/있었다/너무도 찬연하게/그토록 사무치게/보고 싶었다/그곳은 가득 비어 있었다 (하략)”고 적었다. 시 같은 글이 그대로 작품이 되었고 제목으로 붙었다. 허유의 작품들은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읽어야 한다.

허유 ‘없었다’ /사진제공=갤러리도스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며 철학을 함께 공부했다. “그림은 어려서부터 그렸다”고 말하는 그는 앞선 개인전에서 흰 도화지의 텅 빈 공허에서 벗어나기 위해 붓을 들었고 색을 여러 겹 포개면서 오히려 “결정할 수 없는 형상”을 더듬었다.

2016년의 개인전을 끝으로 오히려 작가는 “붓을 놓고 그림 대신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해 초에는 ‘뜻밖의 질문들’(웨일북 펴냄)이라는 제목의 철학서적도 출간했다. 서울정신분석포럼에서 정신분석을 공부하면서 하이데거의 실천 철학에 심취해 “상담실에서의 실천”에 주목했고 직접 기획한 새로운 방식의 일대일 익명 인문예술상담실도 운영했다.

그 같은 과정이 오히려 작가를 예술로 복귀하게 했다. “단지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보기 위해서”라고 밝힌 작가는 “지난 전시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관객이 직접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그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허유’라는 이름 그 자체와 닮았다. 겹겹이 덧올려진 색은 쌓이고 쌓여 검은 덩어리를 이룬다. 반복적으로 그은 선은 빛과 찬란함의 흔적만을 남겼다. 검은 사각형 안에서 눈부신 빛 덩어리가 뿜어나오는 작품의 제목은 ‘없었다’이다. 색유리판 같은 사각형이 겹치고 겹쳐 검은색이 되어버린 작품은 ‘있었다’로 제목 붙였다. 역설적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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