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가족’이 신선상품의 포장 단위마저 바꿔놨다. 유통업계는 굴비 20마리 전통단위 ‘두름’이 더 이상 팔리지 않으면서 ‘엮음’으로 슬림화하고 10kg이 넘는 큰 과일에 손이 잘 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크기가 작은 소과중 수박을 선보인다. 백화점에선 한끼 밥상 코너를 따로 운영한다.
◇밀레니얼 가족, 전통 단위까지 바꾸다=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7일부터 굴비를 세는 단위를 ‘두름’에서 ‘엮음’으로 바꾼다. 전통 단위인 ‘두름’에는 20마리의 굴비가 있지만 ‘엮음’에는 14마리만 있다. 신세계는 14일 “두름은 4인 가족이 최장 2달에 걸쳐 소비하는 데 적정한 양”이라며 “가족 구성원 수가 2∼3명으로 줄면서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2000년대 초반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이들을 지칭하는 밀레니얼 가족이 이제는 먹거리문화에서 우리 전통 단위마저 변화를 주고 있다. 밀레니얼 가족은 주로 부부 중심의 2명에서 아이가 있는 3명의 소가구를 지칭한다. 이들이 유통업계에서 득세하자 백화점과 마트에서 판매하는 신선식품의 포장 단위가 소포장·저중량으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6월 2일까지 ‘햇굴비 대전’을 열고 엮음으로 새로 선보인 봄 굴비와 참굴비를 최대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다.
◇10kg 큰 수박 대신 5kg 애플수박=롯데마트는 1∼2인 가구가 평균 10kg 안팎인 수박 구매를 망설이는 점을 고려해 1∼2kg짜리 소과종 수박인 ‘애플수박’과 3∼5kg짜리 중과종 수박인 ‘베개수박’, ‘블랙보스 수박’을 16일부터 선보인다. 그간 지나치게 큰 크기와 껍데기 처리 등의 문제로 수박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위해 조각 수박을 운영해왔지만, 신선도 측면에서 소비자의 만족을 100%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베개처럼 길쭉하게 생긴 베개 수박은 아삭한 식감과 높은 당도가 특징이며 ‘망고 수박’으로도 불리는 ‘블랙보스 수박’은 과육이 노란색을 띠고 있다. 롯데마트는 앞으로도 중과종 수박 판매를 지속해서 확대해 전체 수박 매출의 30% 이상을 중과종으로 키울 방침이다.
800g~1kg 사이 팩 포장으로 판매됐던 체리는 300~500g으로 사이즈가 줄었고 수박도 7~8kg 대신 2kg 안팎의 작은 크기나 2~4 등분한 조각 상품이 인기를 끈다. 이로써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지난 1~4월 청과 코너에서 1kg 이하 소단위 팩 포장 과일 상품과 낱개 과일 매출이 지난해보다 23% 늘었다. 백화점 매장에서 판매되는 신선식품 가운데 소포장·낱개 포장으로 판매되는 상품 수도 지난해보다 13% 증가했다.
◇한끼밥상 코너, 퇴근시간 북적=롯데백화점 식품관 한끼밥상 코너는 유독 퇴근시간이 되면 정장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본점에서 다양한 식품을 한끼 분량으로 판매하는 ‘한끼밥상’ 코너를 운영한다. 백화점 업계에서 다양한 신선식품을 한끼 분량으로 포장한 상품 코너를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한끼밥상’ 코너에서는 농산, 수산, 축산 등 다양한 식품 상품군에서 총 100여 품목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중량은 일반 상품의 60~90% 이상, 소포장 상품의 절반 이상 줄였다. 가격은 채소가 평균 1,000원대, 과일이 2,000원대, 소고기는 6,000원대, 돼지고기는 3,000원대, 생선은 2,000원대다. 채소의 경우 파, 양파, 버섯 등 식재료와 샐러리, 파프리카 등 샐러드 용으로 분류했다. 중량은 100~200g으로, 제철 과일을 도시락 형태로 구성한 상품도 중량을 150~260g으로 낮춰 구성했다. 축산의 경우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60~100g 단위로, 수산의 경우 고등어, 청어, 갈치 등 각종 생선 1토막 단위로 포장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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