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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지금까지 이런 피고인은 없었습니다"

이현호 사회부 차장





“지금까지 이런 피고인은 없었습니다. 부적절한 처신 아닙니까.” 15일 이른 아침 친분이 있는 원로급 법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를 귀에 갖다 대자 들려오는 목소리는 당일자 조간신문을 보고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올 수 있느냐는 분노 자체였다.

미국에 3조6,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환하게 웃는 모습은 범죄 혐의로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모습이 아니라는 질타였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재벌 총수답지 않은 행보라는 비판이다.

판결을 앞둔 대기업 오너의 처신에 대한 논란은 지난달에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았고 현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맞아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곧바로 사회 각층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참여연대는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부적절’한 만남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여당의 박용진 의원은 “검찰·법원은 청와대의 의도를 오해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상고심을 앞둔 두 재벌 총수의 범죄 혐의는 가려진 채 기업적 투자성과만이 부각된다면 재판 결과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의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명시한다. 대법원 판결이 남은 두 총수에 대해 일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몰아가기에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는 이유다. 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 총수가 재판을 받는 탓에 기업이 투자를 멈춘다면 우리 경제 입장에서 큰 손실인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 사회에서 재벌을 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6·25 이후 불모지였던 한국을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시킨 주역이지만 그 이면의 권력과의 검은 거래, 편법 경영승계 등 온갖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현재 두 재벌 오너들이 재판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처럼 앞으로는 사회적 지위에 맞는 처신으로 반기업정서를 타파하는 대기업 총수다운 발자취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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