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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목멘 문무일 총장의 못다한 말은… "5·18과 민주원칙"

16일 간담회서 마무리 발언하며 눈시울 붉혀

광주 출신 문 총장, 20살 재수생 때 5·18 경험

"민주주의 위해 살겠다" 다짐후 열혈 학생운동

수사권조정 반대 때도 '민주주의' 언급 반복

민주적 신념에도 '조직 옹호' 비판에 울컥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무원 생활을 지금까지 해오는 동안 광주에서...”

16일 오전 11시10분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마치며 마무리 발언을 하던 문무일 검찰총장은 문득 ‘광주’라는 단어를 언급하다 눈시울을 붉혔다.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하던 문 총장은 준비해 온 말을 포기하고 “마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간담회 장소를 빠져나갔다. 직전까지 “새로 지명될 후임 총장에게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어려운 과제를 넘겨주게 된 걸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하던 중이었기에 기자단에서도 문 총장이 마저 하려던 말을 두고 설왕설래했다.

검찰에 따르면 문 총장이 언급하려던 주제는 5·18 민주화운동이었다. 문 총장 고향이 광주인데다 마침 기자간담회 일정도 5·18을 이틀 앞둔 시점이라 이를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논란과 연계해 언급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1961년 생으로 1980년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해 1981년 고려대 법대에 입학한 문 총장은 5·18 당시 스무 살 재수생이었다. 그가 대학에서 학생운동에 열정적으로 투신한 것도, 검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도 모두 5·18의 영향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문 총장은 5·18 이후 남은 삶을 민주주의를 위해 살겠다며 다짐했다고 한다. 문 총장은 평소에도 지인들에게 “5·18 이후 살아남은 사람은 채무자”라는 생각을 밝혀왔다는 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그는 국가 공권력이 남용되면 그 피해가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한다는 목적으로 사법고시에 응시해 검사가 됐다. 검사가 된 이후에도 형사사법 절차에서 민주적 원칙을 실현하는 것을 공직의 목표로 삼았다.

5·18이라는 역사적 경험이 있기에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검찰을 대표해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박정희·전두환 정부 시절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례로 꼽히는 사건이다. 검찰은 지난 1989년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이 특수감금행위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는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 때문에 수사를 조기 종결하는 등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논란에서도 문 총장은 유독 ‘민주주의’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해외 출장 중이던 지난 1일 기자단에 보낸 메시지에서도, 4일 귀국 후 취재진에게 밝힌 입장에서도, 이날 기자간담회 발언에서도 문 총장은 한결같이 “수사권 조정안은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수사 착수부터 종결까지 검찰의 독점권을 깬다는 목적으로 경찰에도 같은 권한을 주면 이는 더 큰 문제라는 요지였다. 이날 자신이 처음 검사가 될 당시 5·18과 민주 원칙에 대해 다짐했던 내용을 마지막으로 밝히려다 차마 말을 잇지 못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고향에서 5·18을 겪고 열혈 운동권 경험까지 있는 문 총장 입장에서 “조직 옹호 논리만 펼친다”는 정부와 여권의 비판은 억울한 면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총장 역시 정부·여권 못잖은 나름의 민주적 신념에 따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한다는 것을 항변하고 싶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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