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4월 피크 대비 10%가량 급락한 가운데 달러 대비 원화가치도 단기간에 크게 떨어졌다. 국내외 주요 전망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반으로 하향조정하는 상황이다.
부정적 전망을 촉발시킨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중 관세압박이다. 미중 협상 타결의 기대로 올 초부터 호전되던 경제 심리가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인상하면서 급격히 반전됐다. 미중 갈등을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대선 전략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바라보던 기대감이 글로벌 분업관계를 변화시키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요인으로 보는 시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은 글로벌화에 소외된 미국 중산층의 분노에서 시작됐지만 내면에는 근본적인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개도국의 빠른 임금상승과 선진기술 추격으로 저임메리트와 기술격차가 동시에 줄어들면서 국제분업에 따른 이익이 줄어들었다. 분업이익이 줄면서 세계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 간 갈등은 더욱 커졌다. 특히 미국은 4차 산업혁명의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거대인구로부터 나오는 풍부한 데이터 및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무장한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미중 갈등의 장기화에 따른 세계경기의 하향과 글로벌 교역 위축은 특히 우리나라에 아프게 다가올 것이다.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특히 수출구조가 교역환경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대중수출 비중이 세계적으로 높아 중국 경제의 충격이 상당 부분 우리에게 전달될 것이다. 상품별로는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 세계 메모리 수요의 상당 부분은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첨단기업들의 선제적 투자에 기인하는데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면 단기적 수익창출이 어려운 투자는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자산가격 약세가 본격화되면서 테크기업들의 자금조달 역시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국내경기가 별다른 추동력 없이 반도체 사이클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반도체 경기 하향은 국내경기에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적으로도 내수경기를 어렵게 하는 위협요인이 있다. 더욱 가속되는 저출산이 그것이다. 지난 2000년대 이미 세계 최저 출산국이 됐던 우리나라는 이제 출산율이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저출산이 노동력을 줄이는 결과물은 20년 후에야 나타나겠지만 소비인구는 바로 줄어들게 된다. 아기를 낳으면 저축을 줄이거나 부채를 늘려서라도 출산과 육아·교육 관련 소비를 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부담이 두려워 출산하지 않는 가계는 결국 그만큼 소비성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고 이는 소비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저출산의 악순환이다. 저출산에 따른 소비성향 저하로 내수경기가 위축되면 생산과 고용이 부진해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경기둔화의 고용충격을 청년층이 집중적으로 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소비부진에 따른 청년실업 증대는 다시 비혼화와 저출산으로 이어지면서 내수경기 회복을 장기화시킬 우려가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 여력도 어느 정도 한계에 이르렀다. 지난해 일자리사업 지원 등을 통해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이미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부양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지출이 요구된다. 정부가 계획하는 6조~7조원 규모의 추경으로는 경기 흐름을 반등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국내경기는 앞으로도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단순히 경기 순환적인 측면에서의 하향만이 아니며 세계 교역환경의 변화, 저출산의 고착화로 인해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세 하락추세가 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부양책보다는 저출산을 막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과감한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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