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개입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첫 정식 공판에서 “검찰이 공소장에 한 편의 소설을 썼다”며 모든 혐의를 전면 부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정식 재판에서 진술 기회를 얻고 “법관 생활을 42년 했지만 이런 공소장은 처음 본다”며 “소설가가 미숙한 법률자문을 받아서 한 편의 소설을 쓴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라고 분노했다. 그는 “(검찰이 공소장에) 흡사 피고인들이 엄청난 반역죄를 행한 듯 거창한 거대담론으로 시작해 있을 수 없는 온갖 재판 거래 행위를 한 것처럼 상상력을 발휘해 줄거리를 만들었다”며 “그러다 실제 조사해 보니 재판거래라고 할만 한 부분이 나타나지 않자 제일 마지막 결론 부분에선 재판거래는 어디 갔는지 온 데 간 데 없고 겨우 휘하 심의관들한테 몇 가지 문건과 보고서를 작성시켰다는 직권남용으로 끝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가 없다”며 “용을 그리려다가 뱀도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의 공소 제기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이) 온 장안을 시끄럽게 했다가 리스트가 없다는 게 밝혀지자 통상적인 인사 문건을 가지고 블랙리스트처럼 포장하고 있다”며 “이러한 포장이 300 페이지 이상 공소장에 넘쳐흐른다”고 역설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또 “공소사실로 특정이 안돼 우리는 무엇을 방어해야 하고 재판부는 무엇으로 심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권투를 하는데 상대방의 눈을 가리게 하고 두 사람, 세 사람이 때리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특정인물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생각에 처벌 거리를 찾아내는 수사는 사찰”이라며 “온 진술 조서가 추측성 진술로 뒤덮여 있고 증거는 있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나아가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해 처벌 거리를 잡아내는 수사는 법치주의의 파괴이자 정면으로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며 권력의 남용”이라며 “이런 수사가 허용 된다면 이것은 우리 국민들한테는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고 검찰권에 누구도 대적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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