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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마지막 계승자]'한반도 미래 퍼즐' 김정은을 파헤치다

■애나 파이필드 지음, 프리뷰 펴냄

탈북자·北 고위 공직자 등과

인터뷰 통해 김정은 입체 분석

스위스 유학시절 신분 숨기려

'박은' 이란 이름으로 살기도

트럼프와 회담 등 변화 모색중

덩샤오핑처럼 개혁 이끌지 관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은 2013년 12월 노동당 정치국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장에 앉아 있다가 끌려나갔다. 회의 도중 한 관리가 장성택의 분파행위를 비판하는 결정문을 낭독한 후, 군복 차림의 보안원들이 끌어냈다. 이 장면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생생하게 방영됐다. 북한정권이 고위관료 체포 장면을 영상으로 내보낸 것은 197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흘 뒤 김 위원장은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라고 명령한다.

김 위원장의 평전인 신작 ‘마지막 계승자’의 저자 애나 파이필드는 이 TV 장면이 연출된 것이었다고 말한다. 장성택은 처형 몇 개월 전 체포돼 특수시설에 감금돼 있었고, 다시 끌려 나와 침울한 표정으로 정치국 확대회의장에 앉혀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장성택 처형은 김 위원장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김 위원장은 이 일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야만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의도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현재 워싱턴포스트(WP)의 베이징 지국장인 저자 파이필드는 2018년 말까지 WP의 서울특파원과 도쿄지국장으로 활동하며 한반도 문제를 집중취재했다. 그는 서구 언론인 중 북한 정보에 가장 정통하다는 평을 듣는다. 10번이 넘는 북한 현지취재를 통해 북한정권의 향방을 꾸준히 추적했으며, 8개국에서 탈북자와 북한의 고위공직자, 일반 주민들과 수백 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이라는 퍼즐을 맞췄다. 저자는 “북한을 소재로 책을 쓰는 것은 아주 재미있고, 힘들고, 화나고, 그러면서도 너무나 흥미진진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김 위원장의 어린 시절과 스위스 유학시절 이야기도 흥미롭다. 원산에서 로열패밀리의 왕자로 어린 시절을 보낸 김 위원장은 유학 시절 정체를 감추기 위해 북한 외교관의 아들이라는 가짜 신분을 썼다. 형인 김정철은 ‘박철’, 김 위원장은 ‘박은’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시절 절대로 청바지를 입지 않았다. 당시 청바지는 전 세계적으로 10대들이 즐겨 입는 의상이었지만 북한에서는 퇴폐적인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김 위원장은 농구를 하면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농구를 할 때면 상대를 거칠게 밀어붙이고 상대를 기죽이는 거친 말을 내뱉었다”고 밝혔다.



성혜림의 언니 성혜랑의 자녀인 이한영과 이남옥 남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책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성혜림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전처로 김정은에 의해 암살당한 김정남의 어머니다. 이한영은 한국으로 망명 후 서울에서 북한 공작원의 손에 암살당했다. 김정일의 수양딸로 살다 서방으로 망명한 이한영의 여동생 이남옥은 이후 20년 넘게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저자는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남자와 결혼해 파리에 살고 있는 이남옥을 만난다. 하지만 이남옥의 새 이름과 정확한 소재지를 밝히지 않는다. 파이필드는 “콩가루 집안이 된 김씨 왕조의 혈육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적인 삶을 찾은 이남옥의 꿈을 허공에 날려버릴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번이나 만나며 변화를 모색 중이다. 그가 그리는 북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김 위원장이 개혁개방 정책을 밀어붙여 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만든 덩샤오핑 같은 역할을 할지, 아니면 베트남을 번영의 길로 들어서도록 이끈 도이모이 개혁을 시작할지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저자는 “김정은이 덩 샤오핑 같은 개혁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며 북한의 미래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한 연세대 국제대학원의 존 딜러리 교수의 말을 전하며 “북한이 자유를 향해 아주 조금은 나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인다. 2만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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