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행사하는 검찰 인사권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총장은 자치검찰제를 전제로 한 검사장 직선제에는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
문 총장은 퇴임을 두 달 앞둔 5일 모교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찾아 후배들에게 ‘검찰과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강의하며 검찰조직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 법무부의 검찰 인사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행사에 있어 상당히 균형 있는 편”이라면서도 “인사권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에 개입하면 자칫 청와대가 검찰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라는 분석이다. 이날 200석 규모의 강의실은 문 총장의 강의를 듣기 위해 찾아온 학생들로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이 붐볐다.
문 총장은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재조정, 자치검찰제를 전제로 한 검사장 직선제 등 강도 높은 검찰개혁안에 대한 찬성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문 총장은 “국가적으로는 설득이 필요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검사장 직선제에) 찬성한다”면서 “미국은 국가검찰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지역검찰은 주민들이 선출하는 ‘자치검찰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장 직선제는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한편 검찰조직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논의돼온 제도다.
일제시대부터 유지된 현행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문 총장은 “피의자 신문, 문답식 조서, 강제소환제도 등 현행 제도들은 일제시대부터 이어져 온 ‘식민지형’ 체제”라며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조정하고 문답식으로 기재되는 조서를 개선하는 등 이 부분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문 총장은 “통제받지 않는 국가 권능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재차 밝혔다. 문 총장은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국민 중심’의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어느 한 집단이 국가권력을 독점하거나 전권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면 민주주의가 위험해진다”면서 “시작하는 사람은 종결지을 수 없고 종결짓는 사람은 시작을 못 하게 하는 것이 형사사법 시스템에서의 민주주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은 같은 맥락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를 분명히 했다. 문 총장은 “인지수사부터 판결 직전까지 검찰이 관여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게 검찰의 문제인데 경찰도 통제받지 말라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의 권력 집중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분산하기 위한 해결책을 도출해야지 단순히 검찰의 권력을 그대로 경찰로 이양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부적절한 대책이라는 게 문 총장의 주장이다.
한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수사 결과가 초라하다는 논란에 대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총장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법 외에 압수수색을 포함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면서 “공소시효 등 법·제도가 도저히 허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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