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악재 속에서 5월을 버틴 한국 증시가 이달 들어서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MSCI지수 리밸런싱으로 인한 자금 유출이 지난 5월 말로 마무리되고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져 원·달러 환율도 안정되는 등 증시 여건이 개선됐음에도 올 들어 증시 성적표는 주요 10개국 중 ‘꼴찌’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2·4분기에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됐던 주요 업종의 실적 회복이 더 지연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등락을 거듭하던 코스피지수는 0.16% 상승하며 2,072.33포인트로 마감했다. 지난달 15일 이후 2,070선 회복에 성공했으나 외국인 매도로 상승폭은 미미했다.
외국인은 6월 들어 첫 거래일을 제외하고 3거래일째 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3,90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피는 6월 들어 증권거래세 인하와 금리 인하 가능성, 환율 안정 등 금융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음에도 1.50% 반등에 그쳤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줄곧 악재에는 민감하고 호재에는 둔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주요 10개국 증시 상승률은 미국 S&P500지수가 13.43%, 중국 상하이지수가 13.39%로 1, 2위를 차지했으며 유럽 주요국도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1.53%에 그쳐 거의 제자리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들로부터 매력을 끌지 못하는 이유로 높은 수출 의존도와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의 업황이 둔화된 점을 꼽았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글로벌 교역 환경이 위축된 가운데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에 수출이 편중돼 있는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3월 전 세계 교역이 지난해보다 1.5% 줄 때 한국 수출은 8.5%(5월까지 -6.5%) 감소하는 등 간극이 벌어졌다”며 “이는 한국 수출 구조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중국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아시아 신흥국 대상 수출이 2018년 기준 43%를 넘을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예상 컨센서스는 지난해보다 각각 24%,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복세를 보이던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오히려 역성장폭을 확대하며 투자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금액은 지난해 12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 국면에 진입한 후 올해 2월~4월 역성장폭이 완화(2월 -24.8%, 3월 -16.7%, 4월 -13.7%)되는 흐름을 보였다”며 “그러나 5월 30.5% 급감하며 수출감소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코스피의 이익 전망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이익의 가장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업종의 향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제기된 금리 인하 가능성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조 전문위원은 “원화 가치는 최근 경상수지 축소와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이머징 국가 중 하락 속도가 가장 빠른 상태”라며 “원화 하락은 향후 수출과 교역조건이 개선되는 기초 여건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원화 약세가 기업이익 개선에 기여하고 달러 환산 코스피의 낙폭을 키워 외국인 수급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