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계획은 세우셨나요?” 이맘때 주고받는 인사말이다. 당신은 올여름 어디로 떠날 작정인가? 여행작가 오소희는 어느 날 어린 아들과 함께 훌쩍 남미로 떠난다. 20여 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페루에서, 숙소 주인이 당연하다는 듯 묻는다. “나스카에 갈 건가요?” 페루 관광객들은 대개 나스카 지상화를 보러 간다. 인당 10만 원짜리 경비행기를 타고 사막 위에 그려진 거대한 그림을 감상하는 특별한 투어다. 문제는 이 경비행기가 저공비행을 하기 때문에,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기도 전에 지독한 멀미로 인해 자기가 게워낸 토사물 봉투에 코 박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점이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유적지 코앞까지 온 그녀는 고민한다. 과연 내 아이와 나에게도 이것이 특별한가? 결국 그녀는 나스카에 가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인류 전체의 불가사의를 목격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나와 내 아이의 간절함과 미소라 믿으면서.
생활인의 도덕이 세상의 모든 말과 조건들 속에서 끝끝내 살아내는 것이라면, 여행자의 도덕은 오직 내 안의 ‘간절함’이다. 그러므로 올여름 여행지에서는 내가 쇼핑하듯 소비하고, 자랑하기 위해 셔터를 눌러대지 않기를. 오직 ‘간절함’만이 나의 이정표가 되어주기를.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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