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 일가와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른바 강성부펀드(KCGI)가 델타항공의 한진칼(180640) 지분매입에 우려를 표명했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백기사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가 최대주주인 세계 1위 항공사가 스스로 원칙을 위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내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소지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21일 KCGI는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세계 1위 항공사인 델타항공의 한진칼 투자 결정이 단지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이는 델타항공이 그동안 쌓아온 명예와 스스로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별도의 이면 합의에 따라 한진칼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공정거래법·자본시장법 등 법률을 위반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의 지난 20일(현지시각)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한다고 발표했었다. 이와 관련 애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양국 규제 당국의 허가가 나오는 대로 한진칼 지분을 10%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항공은 전 세계 325개 노선을 운항하는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이며 델타항공과 대한항공(003490)은 지난해 5월 미주-아시아 노선을 공동 운영하는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해외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싶어하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양사가 협력 관계에 있는 만큼 델타 측이 한진의 우호 세력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론 KCGI도 델타항공의 투자를 반겼다. 델타항공의 최대주주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영하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철학으로 유명하다.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CEO도 회계사 시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감사법인 분식회계를 고발한 인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투자가 조원태 회장 등 총수일가의 백기사 역할로 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KCGI 측은 “총수일가 중 일부는 밀수·탈세 등 다양한 불법적 행위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델타항공이 KCGI와 함께 총수일가의 불법이나 편법 행위에 대해 글로벌 수준의 ‘규정(Compliance)’을 적용하도록 공조하기를 희망한다”고 요청했다.
이와 더불어 KCGI는 “델타항공 투자를 유치한 조원태 회장의 역할을 존중하며, 빠른 시일 내에 한진그룹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델타항공 최고 경영자인 에드 바스티안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이하 보도자료 전문>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투자 결정에 대한 KCGI의 입장]
“KCGI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투자 결정을 환영 ”
델타항공은 글로벌 항공사 중 시가총액 1위의 기업으로서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가 최대주주이며, 공정하고 투명한 의사 결정구조와 시장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델타항공은 “Corporate Responsibility Report”를 발행하여 주주, 고객, 직원 등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투명성을 증진 시키는 것이 사업 발전에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델타항공의 “Corporate Governance Principles” 이사회는 경영진이 직원, 고객, 정부 관계자 및 대중들의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고려하는지 감독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델타항공의 CEO인 에드 바스티안(Ed Bastian)은 PWC 회계사 시절 SEC에 감사법인의 분식회계를 고발한 사람입니다. 또한 워런 버핏은 “If you lose money for the firm I will be understanding. If you lose reputation I will be ruthless.”라고 할 정도로 투명한 기업경영을 강조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델타항공의 지분 취득은 적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졌을 것으로 이해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KCGI는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에서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대주주와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방지하고, 임직원, 고객, 주주, 채권자, 지역사회 모두와 활발한 의사소통을 위하여 한진그룹을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기업으로 만들어갈 것을 제안한 바가 있습니다. KCGI는 한진그룹에 투명한 지배구조가 정착될 경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믿고 수천 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였습니다.
금번에 투명한 기업지배구조에 관하여 KCGI와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는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여 한진칼에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 KCGI는 환영의 뜻을 표합니다. 특히 그동안 KCGI가 추구해온 감시와 견제 역할에 따라 한진칼의 기업가치는 한 단계 높아졌습니다. 이제 세계 1위 항공사의 투자 참여로 한진그룹의 가치가 더욱 증진될 것을 기대합니다.
다만, 한진그룹은 아직까지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립되지 않았고, 총수일가의 후진적이고 불법적인 관행들이 만연해 있습니다. 또한 대한항공 및 그룹 계열회사들에는 오너 일가의 갑질과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인한 잔재와 비효율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故 조양호 회장의 사후에 안타깝게도 그 문제들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델타항공에 비하여 과도하게 짧은 항공기의 감가상각 기간, 총수 일가가 여러 계열사의 임원직을 겸직하면서 계열회사들로부터 과도한 급여와 퇴직금을 받아가는 문제, 호텔 등 유휴자산과 비수익자산으로 인한 높은 수준의 부채비율과 수익성 저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있습니다.
이에 KCGI는 델타항공에 한진그룹이 글로벌 항공사 대비 높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경영 투명성을 global standard에 맞게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감시와 견제 역할을 동료주주로서 함께할 것을 제안합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델타항공이 경영권 분쟁의 백기사로서 한진칼의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입니다. 한진그룹의 총수일가 중 일부는 밀수, 탈세 등 다양한 불법적인 행위들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거나 재판 진행 중에 있습니다. 델타항공이 KCGI와 함께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불법이나 편법 행위에 대해 Global 수준의 compliance를 적용하도록 공조하기를 희망합니다. 세계 1위 항공사인 델타항공의 한진칼 투자 결정이 단지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이는 델타항공이 그동안 쌓아온 명예와 스스로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만에 하나,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측과의 별도의 이면 합의에 따라 한진칼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면 이는 대한민국의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법률을 위반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델타항공이 이번 투자와 관련하여 대한민국의 법령을 철저하게 준수하여 위법사항이 없도록 당부 드립니다.
KCGI는 이번에 델타항공 투자를 유치한 조원태 회장의 역할을 존중하며, 빠른 시일내에 한진그룹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델타항공 최고 경영자인 에드 바스티안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