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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원인부터 해법까지 7분 총정리





여기 있는 바이러스는 무시무시한 생존력으로 유명합니다. 얼려도 1,000일을 버티고, 바짝 말려도 1년 가까이 살아남는다고 하죠. 감염 시 사람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못 주지만 돼지에게는 치명적입니다. 돼지가 감염되면 고열, 호흡곤란, 출혈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보통 열흘 안에 100% 죽는다고 하네요. 백신도 치료법도 없는 전염병, 바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의 이야기입니다.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는 최근까지도 우리에겐 낯선 전염병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중국 북부 랴오닝성에서 처음 발견된 후 불과 7개월 만에 홍콩을 포함한 중국 전역을 삽시간에 휩쓸었습니다. 올해는 국경을 넘어 몽골과 베트남, 캄보디아를 오염시키며 아시아 전체를 공포에 떨게 하는 중인데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최근 북한이 국제기구에 발병을 보고했기 때문이죠. 전국 6,700개 양돈 농가와 돼지고기 소비자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한국은 과연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해 ‘ASF 청정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우선 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SF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의 타액과 분변, 혈액 등과 직접 접촉할 때 감염됩니다. 구제역과 달리 공기나 호흡으로는 감염되지 않고 사람 몸을 타고 전파된 사례도 아직 없습니다. 전파 경로가 뚜렷하기에 비교적 쉽게 막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바이러스의 생존력이 워낙 강한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낯선 질병인 탓에 많은 국가가 속수무책 당하는 중입니다.



대표적인 전파 경로가 사람들이 먹고 남긴 음식물을 통한 감염입니다. ASF바이러스는 냉동이나 훈연 건조한 돼지고기에서도 1년 가까이 살아남곤 하는데 이런 음식물을 돼지가 사료로 먹을 경우 감염되고 마는 것입니다. 실제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물로 인한 ASF 발병율은 전체의 30~40%에 이른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풍토병이었던 ASF가 1960년대 처음 유럽에 넘어오게 된 이유도 아프리카를 항해하고 돌아온 선박에서 나온 잔반을 인근 돼지 농가의 먹이로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하죠. 당시 포르투갈을 통해 들어온 바이러스는 국경을 넘어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뿐 아니라 쿠바, 브라질 등 중남미로까지 전파됐는데, 이때 창궐한 바이러스가 박멸되기까지는 무려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 현재 중국 등 아시아를 위협 중인 ASF 바이러스 역시 2007년 선박 내 남은 음식물을 매개로 동유럽과 러시아에 처음 전파됐다고 하네요.



다른 핵심 감염 통로로는 야생 멧돼지가 꼽힙니다. 특히 감염된 북한의 야생 멧돼지가 접경지대를 넘어오는 일은 우리에게 있어 가장 현실적이고도 직접적인 공포입니다. 돼지 농장에 기어 들어 온 멧돼지가 변을 보거나 사육 돼지와 싸워 피를 흘리기라도 하면 감염 위협은 크게 치솟을 겁니다. 일찌감치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시달렸던 유럽도 가장 통제하기 힘든 적으로 야생 멧돼지를 꼽았다고 합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야생 멧돼지의 개체 수가 점점 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위험합니다.



이런 위협 속에서 우리 정부도 방역을 위한 비상사태에 돌입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사람이 먹고 남은 음식물을 통한 전파를 막으려면 수많은 해외여행객의 가방을 뒤져 먹다 남은 돼지고기 제품 등을 모두 회수해야겠지만 100% 막아내는 일은 당연히 어렵습니다. 인력도 비용도 부족합니다. 대형 급식소의 남은 음식물을 가져와 사료 대신 먹이는 ‘잔반 급여’도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따른 환경 문제나 농가의 사육 비용 등이 걸림돌이죠. 야생 멧돼지 공격에 대한 대비는 더 취약합니다. 유럽에서는 야생 멧돼지를 막기 위한 ‘이중 펜스’ 설치가 상식으로 굳어졌지만, 우리나라는 이중도 아닌, 펜스 하나를 설치한 농장도 60여개에 그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런 구멍들을 미리 막아 우선 국경으로 바이러스가 넘어오지 못하게 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만약 국경이 뚫리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ASF는 전파 경로가 뚜렷해 비교적 예측과 통제가 쉬운 바이러스로 꼽히는 만큼, 초기 대처만 확실하다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초기 대처를 위해 정부의 기민한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농장주나 우리 일반 국민의 역할과 책임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컨대 농장주라면 40도 이상 열이 올라 서로 뭉쳐 있거나, 귀나 배가 붉게 변한 돼지들을 발견할 경우 숨기지 말고 즉시 신고를 해야 합니다.



산행 중 죽은 멧돼지를 발견할 경우도 즉각 신고해야겠죠. 여행객들도 중국 등 ASF가 기승을 부리는 나라를 방문할 때 농장 출입 등은 가급적 삼가고 돼지고기 제품은 국내에 절대로 반입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달부터는 몰래 들여오는 식품에 대한 과태료도 크게 오른다고 하니 더 주의하는 게 좋겠습니다.

2010년 경북 안동에서 시작한 구제역 사태 당시 우리는 미흡한 초기 대처로 인해 350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도살했고 무려 3조원의 예산을 공중으로 날려 보내야 했습니다. 중국과 베트남의 사례에서 보이듯 ASF의 무분별한 확산은 구제역보다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온 국민이 ASF에 경각심을 가지고 철저히 대응할 때 9년 전의 재앙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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