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금융안정이 바탕이 되어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통화정책 수립에도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준금리 인하에 캐스팅 보트 역할로 지목된 고 위원이 매파 성향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 위원은 3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통화정책 체제하에서 금융안정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물가안정 목표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 안정도 고려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들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수개월째 0%를 기록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상 이를 부정한 발언이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조동철 위원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지난 5월 금통위에서 낸 바 있다.
이에 오는 7월 금리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소수의견을 던진 조 위원과 함께 지난 금통위 의사록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다가간 신인석 위원만이 기준금리 인하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와 윤면식 부총재, 한은 추천 위원인 이일형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였던 고 위원이 동결에 무게를 더한다면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의결정족수는 확보할 수 없게 된다. 금통위 의결은 7명 위원 중 4명 이상 찬성으로 이뤄진다.
고 위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역사적으로 발생한 10대 버블을 예로 들며 금융안정을 강조했다. 고 위원은 “10대 버블의 특징은 대부분 신용팽창 이후 부동산시장 또는 주식시장에서 버블이 생성되고 붕괴되었다는 것”이라며 “완화적 금융상황에서 과도하게 공급된 신용은 결국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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