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조리원과 초등 돌봄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들이 파업에 나선 3일 오전. 서울 한 초등학교의 급식대에는 따뜻한 밥과 국 대신 소보루빵과 젤리, 포도주스가 올랐다. 급식소 벽에 붙은 이날 식단표에는 밥과 각종 반찬 대신 ‘간편식 제공’이 쓰여 있었다. 오전 8시30분께 3학년 자녀 손을 잡고 등굣길에 오른 학부모 하모(38)씨는 “첫째가 요즘 한창 많이 먹을 나이”라면서 “급식이 이뤄지지 않아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였다”면서 “걱정은 되지만 단축수업으로 오후 1시면 하교하기 때문에 집에서 밥을 따로 먹일 생각”이라고 전했다. 등교하는 학생 중에는 부족할 점심에 대비해 유부초밥을 싸오거나 부모의 채근에 평소보다 아침을 넉넉히 먹었다고 말한 아이도 있었다.
이 학교의 경우 영양사를 제외한 급식조리원 4명이 모두 파업에 참여해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 오전 8시면 급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할 급식소지만 이날만큼은 불이 꺼진 채 적막만 가득했다. 급식노동자들이 착용하는 위생장갑과 위생복도 말끔한 자태로 소독기 안에 보관돼 있었다. 같은 시각 급식소 옆 주차장에서는 한 배달원이 대체급식으로 제공될 빵과 음료를 옮기고 있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영양사 홀로 남아 배달된 빵과 음료 박스들을 정리했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이 학교의 경우 4일부터 급식조리원들이 모두 정상 출근한다. 이에 따라 급식소도 정상 운영될 전망이다. 4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 김모(35)씨는 “파업한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하루만에 복귀한다니 다행”이라며 “급식조리원 처우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른들 일 때문에 아이들이 굶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학교 비정규직 파업으로 전국 1만438개 공립학교 중 24.64%인 2,572개 학교가 대체급식을 운영했다. 이는 앞서 교육부가 밝힌 3,637개교보다 줄어든 수치지만 전체 25%에 육박한다. 돌봄교실의 경우 전국 공립 초등학교 5,921개교 가운데 139개교가 파업으로 운영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 해소’라는 시대정신을 망각한 문재인 정부 정책을 규탄하고 노동탄압을 분쇄하기 위해 나섰다”며 “양극화·불평등의 핵심인 비정규직은 또 하나의 계급이 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파업 이틀째인 4일에도 전국 1만454개 학교 중 24.7%인 2,581곳이 급식을 중단한다. 1,339곳은 빵과 우유를 제공하며 급식이 필요 없도록 단축 수업을 하는 곳은 138곳으로 집계됐다. 파업 참가율은 0.8%포인트 떨어진 13.6%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진·이희조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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