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이달부터 터키, 인도 등 5개국에 현지 통화 대출을 시작한다. 환율 변동이 상대적으로 큰 국가에 현지 통화로 자금을 공급하면 차입국은 환율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개발도상국에서 중국 주도 AIIB의 존재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진리췬 AIIB 총재는 인터뷰에서 “차입국의 수요에 부응하는 융자”가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우선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터키, 러시아를 대상으로 시작하되 대상국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민간사업자 등의 이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올 12월 룩셈부르크에서 연차총회를 여는 AIIB는 지난 5월 처음으로 25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 국제 자본시장에 데뷔했다. 진 총재는 앞으로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유로화 등의 자금조달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AIIB에는 이미 70개국이 참가했고 27개국이 추가로 합류할 것으로 예상돼 회원국 수에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48개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그러나 투자액은 80억 달러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진 총재는 ADB 등과의 협조융자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면서도 “자체 능력을 끌어 올리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AIIB는 현재 225명인 직원을 연말까지 280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참가하지 않고 있으나 진 총재는 “일본 정부도 관계기관에 우리와 협조하도록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이 제창하고 있는 광역경제권구상인 ‘일대일로’와 AIIB는 비행기의 2개의 엔진이라고 말했다. 과잉채무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채무의 덫’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AIIB와 일대일로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2개의 엔진으로 높이 비상하는 항공기는 중국이 아니라 ‘국제사회’라고 지적하고 “조종사가 달랑 하나의 국가로 대표되는 한 사람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협력에서는 “누구도 명령을 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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