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수원 광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6층 교육장. 서울대 기술지주 자회사인 ㈜밥스누의 임직원 20여명이 모여 자신의 강점을 찾아내고 동료들의 깐깐한(?) 평가를 받느라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직원들은 전문코치의 도움을 받아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며 과거의 성공경험을 공유하고 저마다 느낀 점을 털어놓았다. 다양한 조사기법을 통해 자신의 성향이 정확하게 분석되고 구체적인 행동방식까지 제시되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후 직원들은 자신의 재능을 강점으로 굳히고 이를 업무역량 강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아이디어 발굴에 머리를 맞댔다. 3시간에 걸친 이날 교육은 요즘 기업들 사이에 한창 유행하는 ‘비즈니스 코칭’이었다. 2015년 출범한 밥스누는 친환경 두유 ‘약콩두유’ 등 식물성 음료와 탈모방지 샴푸 ‘약콩모’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실험실 벤처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도 오픈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시장 기반을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홍균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성장하자면 연구개발과 마케팅 등 부서 간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다”면서 “세대 간 소통을 넓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비즈니스 코칭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비즈니스 코칭이 기업들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급변하는 기업환경에서 구성원들의 맞춤형 소통을 기반으로 조직문화를 바꾸고 리더십을 끌어올려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수단으로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삼성과 LG·GS·KT 등 대기업들은 다양한 방식의 코칭교육을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임직원들 가운데 자질이 뛰어난 이들을 사내코치로 키워 직접 교육현장에 활용하고 있는 사례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학들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앞다퉈 전문과정 개설에 뛰어들면서 코칭 특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GS의 한 관계자는 “코칭은 무엇보다 상대방의 성장을 도와주는 행위”라며 “직급이나 부서를 불문하고 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코칭이 중견기업은 물론 벤처나 스타트업으로 점차 확대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생기업일수록 개방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경영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업계로부터 비즈니스 코칭의 남다른 효과를 체감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면서 “투자를 더 늘려서라도 코칭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기업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간 것도 비즈니스 코칭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안고 있는 지시통제 위주의 낡은 조직문화나 직급 간,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소통문화를 확산하는 데 코칭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의 주요 원인으로 직장예절이나 개인사 등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를 꼽은 비율이 35.3%로 가장 많았고 피라미드형 위계구조, 임직원 간 소통창구 부재, 획일화를 요구하는 문화 등이 꼽혔다. 기업들이 앞다퉈 수평적 조직문화로 바꾸고 세대 차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 임직원 간 소통창구 마련에 발 벗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준 대한상의 기업문화팀장은 “직장 내 괴롭힘의 주요 원인은 세대 간 인식 차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기업들로서는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일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코칭이란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는 전제 아래 문제의 답을 스스로 이끌어내도록 만드는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다. 이를 위해 올바른 경청과 열린 대화를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필수조건이다. 국제기구에서 특정 결과를 내기 위해 개인 또는 팀에 행해지는 대화를 통한 일련의 창조적 행위로 정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적인 비즈니스 코칭은 1980년대 후반 미국 기업들이 코칭방법론을 도입하면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받은 생애 최고의 조언이 ‘코치를 고용하라’였다고 고백했을 정도다. 그는 “코치란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보고 어떻게 접근할지 얘기한다”면서 “문제의 틀 안에 갇히지 않고 한 단계 올라선 긴 안목을 갖도록 유도했다”고 강조했다.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도 1980년대 초부터 CEO 코칭을 통해 남다른 성과를 올린 경영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비즈니스 코칭이 구성원 개개인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북돋우고 수평적인 소통방식을 도입해 기업문화를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서 전문 코치의 도움을 받아 임직원의 리더십을 키우고 조직갈등을 완화했다는 기업들이 많다. 한솔그룹의 경우 지난해 코칭교육을 마친 팀장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리더십이나 팀워크 향상은 물론 업무성과 개선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팀원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회의 운영방식을 개선함으로써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는 것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코칭을 실시한 부서의 경우 업무 몰입도가 6배 높아지고 수익성은 8.9%, 생산성은 7.8% 향상됐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김영경 코치는 “기업에서 다면평가를 실시하거나 조직문화 진단 과정에서 코칭 역량을 평가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내 코칭산업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국내에 비즈니스 코칭이 도입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외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제코치연맹(ICF)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 세계에서 6만4,000여명의 코치가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서유럽이 2만1,400명으로 가장 많고 북미가 2만600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정확한 통계조차 파악하기 힘든 형편이다. 코치 인증기관을 정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키우는 업계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이 교수는 “국내 코칭시장이 당초 기대와 달리 발전속도가 더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직관리에 필요하다는 기업들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범논설위원 ssang@sedaily.com
“코칭은 스스로 자각하고 변하게 돕는 것…마침표보다 물음표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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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닙니다. 누구든 스스로 자각하게 만들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 뿐입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국제인증전문코치인 김상임(54·사진) 블루밍경영연구소 대표는 코칭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한마디로 말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답했다. 대화를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인지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각하고 스스로 변화 동기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라며 “대화에서 마침표보다 물음표가 더 필요한 리더십 기법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코치라면 상담 과정에서 경청과 열린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해법을 찾아내도록 마중물을 아낌없이 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우리 기업들이 달라진 경영환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화 시대에는 리더 혼자 똑똑하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팀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기업을 다녀보면 상사들이 과거와 달리 팀원들을 떠받들고 눈치를 살펴야 한다며 하소연할 때도 많다고 한다. 김 대표는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이 열리면 업무에 대한 몰입과 생산성 향상 같은 성과는 저절로 따라온다면서 구체적 대안으로 상사나 동료 등 주변 인물 모두로부터 적극적으로 평가받는 ‘360도 피드백’을 가동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코치의 역할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 그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87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CJ에서 25년간 근무한 김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비즈니스 코치로 뛰어들어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2,200시간의 비즈니스 코칭을 진행했으며 실제 사례와 활용기법을 담은 책 ‘리더의 온도 37.5’를 펴내기도 했다./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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