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고 다니니?”
이른 나이에 외지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는 청소년, 취업이 최대의 관심사인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그리고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현대인들은 바쁘게 산다. 아침에 일어나 엄마 아니 누군가가 차려주는 밥상머리에 앉아본 기억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밥은 먹고다니니?’라는 말 한마디에 울컥하기도 한다.
멋진 연예인이 시골에서 하루 세끼를 제 손으로 지어먹는 일과를 촬영한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를 구가하는 시대.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까지 부단히 어디론가 달려가는 현대인에게 이제 제 손으로 밥을 지어먹는 일이란 시간을 가진 자들이나 누릴 수 있는 사치일까.
한의사와 요리연구가가 몸과 마음을 채우는 요리책을 냈다. ‘시의적절 약선음식(홍익 출판사 펴냄)’이다. 약이 되는 음식이라는 의미를 지닌 제목에서 찾을 수 있듯이 저자들은 제철에 나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몸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레시피 99가지를 소개한다. 감칠맛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화학조미료가 아닌 우리 장으로 맛을 내는 법, 재료 본연의 맛을 헤치지 않고 육수를 내는 법, 계절의 기운과 향을 끌어내는 조리법 등을 소개해 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담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면서 기운이 바뀐 계절에 적응하느라 간의 기능이 활발해지는 꼬막을 먹어야 하는 이유, 워밍업 하는 여름에 쉽게 지치는 몸을 다스리기 위해 치자밥과 전복을 먹는 방법 등 계절별로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채우는 보약 같은 음식을 소개한다. 요리책 한 두번 사 본 사람이라면 레시피가 어려워서 따라 하기 어려워 블로그를 참고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보약을 제 손으로 만드는데 그것도 간단한 요리법으로 음식을 지어 풍성하게 한 상을 차려낼 수 있는 레시피로 가득하다. 여기에 다연한의원 김형찬 원장이 전하는 동의보감, 추사 김정희의 그림 속에 담긴 음식관련 문장에 대한 해석 등 인문학적인 교양은 덤이다.
레시피를 따라가다 보면 한 두가지 제철에 나는 식 재료로 만든 음식 속에 몸이 원하는 영양소가 가득한 우리음식의 고급스러움과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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