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강현실(AR) 산업이 원천기술보다는 AR 콘텐츠 분야에 치우쳐 있습니다. 국산 기술로 글로벌 기업과 AR 플랫폼 시장에서 당당하게 겨뤄보고 싶습니다.”
AR 전문기업 맥스트의 박재완(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VR·AR 산업전망 세미나’ 강연 후 본지와 만나 “콘텐츠 제작도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지만 결과적으로 콘텐츠는 플랫폼을 통해 구현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들과 이용자들이 손쉽게 AR을 만들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의 자리를 굳히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맥스트는 지난 2010년 설립 후 AR 기술 국산화에만 집중했다. 관련 특허가 미국 등 국내외 11개에 달한다. 덕분에 기술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현대차·삼성전자·KT 등 대기업의 AR 시스템을 연이어 구축했다. 2014년 현대차 사외벤처 프로그램 1호로 맥스트가 선정된 후 AR 애플리케이션 ‘현대버추얼가이드’를 개발했다.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내연기관을 비추면 화면에 각 장치의 매뉴얼이 뜨는 AR 솔루션이다. 구글·애플·MS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AR 플랫폼 분야까지 장악한 시장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맥스트를 선택한 것은 기술력 때문이다.
박 대표는 “AR 엔진 원천기술 확보가 맥스트의 경쟁력”이라며 “사실 우리나라에 소프트웨어로 글로벌 기업들과 맞서는 회사가 별로 없는데 맥스트는 과감히 부딪혀 보겠다”고 말했다.
맥스트는 기업들과 앱 개발자들이 AR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도구인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의 성능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2012년 첫선을 보인 후 꾸준히 AR SDK 버전 상향이 이어져 왔고 올해 5.0버전이 출시될 예정이다. 최신 버전은 사물추적(트래커) 기능 등을 업그레이드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으로 비추면 대상이 되는 물체만 인식해 주변 환경이 달라지면 추적할 수 없는데 추가 기능은 대상 물체와 거리·환경에 상관없이 추적이 가능하다.
박 대표는 “중소기업은 AR 콘텐츠를 만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저렴하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R 연구분야가 여전히 방대하지만 추적 기능 등 이미 많은 분야가 기술적으로 정점에 다가왔다고 판단한다. 그는 “텍스트 중심의 정보를 이미지로 바로 보여주도록 틀을 바꾼 AR에 다른 기술을 융합한다면 모든 현실을 AR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도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를 이용하는 기술로 더 발전하고 있다”며 “AR과 AI 사이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AI를 접목한 기술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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