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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과잉인데...삼성, 신규공장 가동 고민

연말 시안·평택2공장 완공 앞둬
추가생산땐 되레 수익악화 우려
삼성 "가동시기·품목 확정 안돼"

반도체 공급과잉인데...삼성, 신규공장 가동 고민

삼성전자(005930)가 중국 산시성 시안과 경기도 평택에 각각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가동 시기와 생산품목 선정과 관련해 고민에 빠졌다. 반도체 공급과잉론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이들 공장에서 메모리반도체를 추가 생산할 경우 삼성전자 스스로 수익 악화가 우려되는 ‘치킨게임’으로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수요증가의 최대 걸림돌인 미중 무역분쟁이 ‘스몰딜’ 협상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이라 공급만 무작정 늘릴 경우 영업이익의 ‘V자 반등’은 더욱 요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9월 기준 D램(DDR4 8Gb) 1개당 가격은 2.94달러, 낸드플래시(128Gb MLC)는 4.11달러를 각각 기록하며 두 달 연속 보합세를 유지 중이다. 최근 10개월 사이 급하락하던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은 것은 업체들의 감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플래너 생산설비를 V낸드로 바꾸거나 1세대 10나노급(1x) D램 생산 공정을 2세대 10나노급(1y) 공정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반도체 생산량을 조절 중이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2·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D램 등의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밝힌 만큼 공정 전환 기간 중 해당 라인의 반도체 생산을 중단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분기 실적 발표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감산을 공식화했으며 마이크론과 도시바 등도 올 들어 생산량을 줄였다. 지금까지 상황만 보면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업체 간 공급 조절만으로 반도체 가격 저점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 말 중국 시안 2공장과 평택 2공장 완공을 앞둔 삼성전자가 내년 이들 공장에서 메모리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경우 반도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우려 때문인지 삼성전자 측은 신규 공장 가동 시점과 생산품목에 대해 아직 ‘고민 중’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 시안 1공장과 마찬가지로 시안 2공장에서도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또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올 상반기 손익분기점(BEP)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시안 2공장을 중국 업체 대비 기술 수준이 월등한데다 현지 수요가 많은 D램 생산 기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최근 경쟁 업체들의 움직임은 삼성의 고민을 깊게 한다.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3위인 마이크론은 지난달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D램 수요증가율은 18~20%로 예상되며 수요증가율 수준의 공급 증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며 내년 생산량 증가를 공식화했다.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1위 사업자인 인텔이 D램 시장을 일정 부분 앗아갈 ‘옵테인’을 내놓은 것 또한 부담이다.

삼성이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기술 및 생산량 우위를 바탕으로 경쟁 업체를 고사 시키는 ‘치킨게임’을 벌일 수도 있지만 최근 글로벌 정세를 감안하면 리스크가 크다. 중국 당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상대로 반독점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치킨게임으로 마이크론이 퇴출될 경우 한국 업체만을 상대로 한 견제는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삼성 입장에서는 시장 수요가 급등할 경우 이 같은 문제를 단번에 해소할 수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향후 1년여 동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 5세대(5G) 상용화에 따른 또 한번의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도 나오지만 미국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 강자인 애플이 5G용 ‘아이폰’을 내년 하반기에나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5G용 콘텐츠도 아직 부족해 수요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 실적 상승을 이끌었던 서버용 D램 수요 또한 클라우드 업체들이 D램 구매보다는 소프트웨어 최적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어 수요 반등으로 이어지기 힘들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30조원을 쏟아부은 평택 2공장에서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의 D램 개발이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설비 확충 등의 카드가 가능해 공장(클린룸) 완성 후 시장 상황을 보고 탄력 대응할 것”이라며 “다만 미중 무역분쟁이 가장 큰 리스크인 만큼 내년 미국의 대선 결과 등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해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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