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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교착에 강경파 김영철 다시 불러들인 김정은..."정상 간 친분 시간끌기, 어리석은 망상"

김계관, 김영철 등 대미외교 원로들 美 압박

김정은, 대화·강경 강온 양면전략으로 트럼프압박

전문가 "아태위원장 명의 수위조절, 대화 메시지"

김정은"당 중앙위, 나와 손발 못맞춰" 초조함표출

북한 조선중앙TV는 22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왼쪽)이 전날 열린 해외동포사업국 창립 60주년 기념보고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보도화면 캡쳐./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난 대미 강경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27일 다시 전면에 내세우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군부 출신의 대미 강경파로 알려진 김 부위원장이 재등장한 것은 미국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대화가 아닌 새로운 길로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이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끌기를 하면서 이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비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미국이 우리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면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더욱 발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김 부위원장은 “얼마전 유엔총회 제74차 회의 1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대표는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조치를 걸고들면서 미조 대화에 눈을 감고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느니, 북조선이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느니 하는 자극적인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유엔 제재결의 이행을 집요하게 강박하고 있으며 추종 국가들을 내세워 유엔총회에서 반(反)공화국 결의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 전략사령관 지명자가 최근 의회 상원에서 북한을 ‘불량배국가’로 헐뜯었으며 미국 군부가 북한을 겨냥한 핵타격훈련까지 계획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 지명자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찰스 사령관은 보고서에서 ‘현재 배치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규모가 북한과 같은 불량 국가들의 잠재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불량 국가들의 제한된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연합뉴스


앞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미국에 대화의 손을 내민 것과 대조적으로 강경파인 김 부위원장이 이날 대미 강경 메시지를 발신한 것을 볼 때 김 위원장은 대미 외교의 원로들에게 ‘굿캅’ ‘배드캅’ 역할을 맡겨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 고문이 미국 관료들의 대북적대시 자세를 요약한 반면 김 부위원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며 “김영철이라는 전임 북미고위급회담 대표를 내세운 것은 미국관료들의 대북적대시 자세가 결코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고 당외곽단체인 아태평화위를 내세운 것은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어느정도 수위조절의 모양세도 갖춘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제시한 연말이 임박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새로운 길로 갈 수도 있다고 미국을 위협했다.

그는 “제반 상황은 미국이 셈법 전환과 관련한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기는 커녕 이전보다 더 교활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우리를 고립압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힌 뒤 북미관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관계 덕분이라면서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조미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라며 “조미관계에서는 그 어떤 실제적인 진전이 이룩된 것이 없으며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수 있는 교전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 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경파의 재등장은 자신이 정한 연말 시한이 임박한 만큼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김 위원장의 초조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 위원장은 연말 총화를 앞두고 비핵화 협상에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한 압박을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금강산 일대의 남측 시설 철거지시도 연말을 앞두고 지지부진한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대한 김 위원장의 불만이 폭발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대화 공사가 진행중인 묘향산의료기구공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7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공사 결함을 지적한 뒤 “당 중앙위원회 일꾼들이 나와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연합뉴스


한편 김 위원장은 현대화 공사가 진행 중인 의료기구 공장에서 이를 담당하는 노동자 관계자들을 엄하게 문책하는 등 답답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가구 공장을 찾아 고사의 결함을 지적하며 공장의 면모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기쁨을 나타내면서도 “세부적으로 보면 일부 결함들도 있다. 건축 시공을 설계와 공법의 요구대로 질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건 현대화 상무(TF)에 동원된 당 중앙위원회 일꾼(간부)들과 설계일꾼들이 제때에 당 중앙에 보고하고 마감 공사를 질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능공들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겠는데 가만히 앉아 구경이나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째서 기능공 노력(勞力·노동력)을 추가 동원시키는 문제까지 내가 현지에 나와 직접 요해(파악)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게끔 일들을 무책임하게 하고 앉아있는가”라고 엄하게 질책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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